북한인권정보센터 김상헌 이사장 인터뷰

▲ 김상헌 이사장. ⓒ뉴스천지

북한은 올해만 해도 몇 년 동안 심각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비용(약 7억 원)으로 중·단기 미사일을 쏘고 2차 핵실험을 했다. 현재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하면서 고립된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인들이나 북한 주민들을 혹독히 통제하고 심지어 공개처형까지 하는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인권유린의 참상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고 김정일을 국제재판소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아졌다. 지난달 24일 북한관련 50여 단체가 연합해 ‘반인도 범죄 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 ‘국제형사재판소’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이며 우리에게 있어 왜 중요한 곳인지 들어보고자 조사위원회의 고문인 김상헌(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을 만나봤다.

김상헌 이사장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설립되기를 오랫동안 갈망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김 이사장은 “나 당대에 국제형사재판소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며 “재판소가 지금은 걸음마 단계지만 먼 장래에는 인류 정의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대들보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한다”며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제형사재판소’ 하면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것 같다. 이곳은 어떤 곳인가?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란 집단살해 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및 침략범죄 등 가장 중대한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최초의 상설 재판소를 말하는데 2002년 7월 1일 설립됐다.

-국제형사재판소에 김정일을 제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스탈린, 나치, 김일성 등과 같은 인물이 정부라는 탈을 쓰고 인간이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를 하더라도 인류사회는 이 같은 범죄를 견제할 만한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국제형사재판소 설립 안을 계속 제기했다. 2차 세계대전 후, 1948년 12월 제노사이드(집단살해 죄) 방지 및 처벌에 관한 조약의 채택과 함께 구체화됐지만 당시 냉전 당사국들과 세계 여러 강국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하지만 1998년 6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UN회의에서 ICC 설립에 관한 ‘로마 선언’이 채택됐다. 현재로는 2004년 7월 1일 이후 사건을 취급하게 돼 있다.

이곳에 사건을 제소하려면 개인 혹은 어떤 집단이 제소할 수는 없고 여러 정부의 협조를 얻어서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소하거나 세계의 어떤 정부라도 제소하면 된다.

-그렇다면 제소하는 대상이 제한돼 있나?
지도자나 대통령과 같이 개인은 몰라도 국가를 상대로 고발 할 수는 없다. 가령 조선인민공화국은 고발할 수 없지만 김정일은 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소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은 대량학살, 반인류 범죄라든지 범죄 조목이 나열돼 있지만 세계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의를 내려놓은 것은 없다.

국제인권법률용어로 ‘Genocid’가 있는데 우리말로는 ‘대량학살’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사람 전체를 무조건 살해하는 경우나 종교인이면 무조건 학살하는 경우가 모두 반인류 범죄에 해당되는 죄목이다.

97년도에 ‘세계기독교연대’라는 데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북한당국자를 형사제판소에 제소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현재 번역은 끝났고 감수 중이다. 앞으로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번 보고서를 길잡이 삼고 북한의 심각한 범죄 실태에 대해 연구하는 등 구체적인 작업을 해나가길 원한다.

북한 인권 문제는 애국심·인권사상만을 갖고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을 차근차근 찾아내야 한다.

 

▲ 김상헌 이사장. ⓒ뉴스천지

-재판이라고 하면, 정확한 증거자료가 있어야 하지 않나?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 자체가 구체적·체계적이면 고소할 수 있다. 고소하면 재판소에서는 양쪽 말을 들어봐서 더 이치에 맞는 쪽으로 판단을 내린다.

-제소하기까지 기간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날짜를 정해놓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자료수집이 북한에서 나와야 하는 고충이 있다.

건물을 지으려면 우선 대지와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땅에 암벽이 있는지 모래가 있는지 알아야 기초공사가 가능하다.

이렇듯 북한인권 관련한 자료를 수집한다는 것은 대단히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하지 않나.
북한이 사람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면서도 이 일을 극비에 붙인다는 것은 부끄러운 줄 안다는 것이다.

또 화해를 하고 난 뒤에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 인권개선을 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있다. 내과 병이 있으면 약을 먹으면서 오랫동안 치료를 한다. 그러나 맹장염의 경우 당장 수술해야 한다. 누군가가 지금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작업복 입고 내일 모레 구출하겠다는 말인데 말이 안 된다. 우선 그 사람을 살려내야 한다. 인권은 그런 개념이다.

-법적 규제, 강제성 효력이 가능한가.
아직은 그 단계까지는 안됐다. 만약 유죄 판결이 난다면 첫째, 세계 여론상에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둘째, 다른 나라 여행을 못 간다.

유죄 판결되면 모든 국가가 그 사람을 체포할 의무가 있는데, 만약 체포하지 않으면 국제법규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유죄 판결이 국민에게 주는 영향을 생각해 봐라. 그 지지 기반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은 한국이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많은 분야에서 상위권에 들 정도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의 인권의식에 비해 한국의 인권의식은 100위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김 이사장은 ICC에 김정일을 제소하는 데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 일에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또 그는 이제는 북한인권의 심각성에 대해 감정적인 호소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수집해 연구하는 활동이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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