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D데이… 합의 못하면 파산

▲ 지난 14일 서부이촌동 모습(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추진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한 가운데 코레일의 ‘빅딜 제안’이 먹힐지 관심이 집중된다.

용산개발 사업의 시행자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는 지난 12일 만기가 돌아온 2000억 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PF ABCP) 이자 52억 원을 내지 못해 사실상 1차 부도를 맞았다.

이에 코레일은 15일 용산개발에 참여한 민간출자사들에 ‘용산사업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드림허브의 파산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 등 민간출자사들의 상당 권리 포기 요구를 조건으로, 연말까지 3000억 원 가운데 2600억 원을 긴급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자금으로 연말까지 돌아오는 2조 4000억 원의 ABCP와 자산유동화증권 이자는 갚을 수 있어 부도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이는 결국 코레일이 경영권을 장악해 개발사업을 주도하겠다는 빅딜 제안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당초 111층 규모로 계획한 랜드마크 빌딩의 층수를 80층 안팎으로 낮춰 건설비를 줄이고, 분양 가능성이 큰 중소형 아파트도 늘릴 계획이다.

코레일은 이날 내놓은 제안에 대한 민간출자사들의 의견을 오는 21일까지 받고 다음 달 1일까지 정상화 방안의 수용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따라서 21일까지 출자사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코레일은 파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금융 출자사는 대부분 코레일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는 분위기다. 사업 좌초로 투자 비용을 모두 날리는 것보다 사업을 정상화해 손실을 줄이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삼성물산 등 건설투자사들도 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코레일의 제안을 거부했다가 사업이 파산하면 랜드마크 수주조건으로 매입했던 전환사채 매입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출자사들이 정상화 방안 합의를 거부할 경우 코레일은 이미 받은 땅값 2조 7000억 원을 돌려주고, 용산개발 터를 반환받아 자체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합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사업 정상화가 불확실한 만큼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업협약 변경에 따라 기존 주민동의서에 대한 법적 효력이 무산돼 처음부터 주민 설득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용산 개발의 규모와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인근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물론 기존 주택거래 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용산구 아파트 가격은 0.12% 하락하며 서울·수도권 전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보합세를 멈추고 4주 만에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도 15일 “이번 사태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부채 수준이 높은 가계 및 건설 부분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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