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왕실의 회화실’에 전시

▲ 일본 화가 시미즈 도운이 그린 곰과 매 병풍(위), 일본의 가면극 ‘노오‘의 한 장면을 자수로 묘사한 작가 미상의 병풍 (사진제공: 국립고궁박물관)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일제강점기 때 조선 왕실에 들어온 일본 회화 3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종수)이 일제강점기 때 조선 왕실에 유입됐던 일본 회화(병풍) 3점을 최초로 공개한다. 전시는 16일부터 5월 26일까지 박물관 지하 1층 ‘왕실의 회화실’에서 연다.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3점은 일제강점기 한반도에 설립된 미술 강습소의 교육을 위해 내한했던 일본의 화가 시미즈 도운이 그린 ‘매’와 ‘곰’을 그린 병풍 2점, 일본의 전통 연극인 ‘노오(能)’의 한 장면을 자수로 놓아 표현한 작가 미상의 병풍 1점이다.

이 병풍들은 기존 조선 왕실의 장식 병풍과는 전혀 다른 소재에다가 일본의 강한 색채를 지니고 있어 당시 궁중에 유입된 일본 회화의 형식과 성격을 엿볼 수 있다.

한일강제병합을 전후한 시기인 1905~1915년 사이에 조선을 찾아온 일본 화가들은 주로 왕실에서 활동하면서 어진을 그리는 등 궁중회화 제작을 시작했다.

이들은 조선총독부의 의뢰를 받아 순종의 어진(御眞)을 제작하거나 왕실의 장식화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는 조선 식민화를 공고히 하고자 했던 일본의 의도로 이뤄진 활동이었다.

이때부터 일본인 화가들이 제작한 회화가 실제로 왕실 내부를 장식하는 데 사용되면서 조선 왕실 도화서(圖畵署)의 화원(畵員)들이 맡았던 왕실의 화사(畵事)는 점차 일본인 화가들에게 넘어가게 됐다. 이는 국권을 피탈한 조선 왕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보여준 예다.

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는 근대기 조선에 유입된 일본 회화의 현황을 알아볼 기회가 되는 동시에 불운했던 일제강점기 조선의 역사 한 편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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