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지난 11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귀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치,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해 어떤 가시밭길도 걸어가겠습니다. 한발씩 나가 다시 시작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24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가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왜 노원병인지, 구체적인 배경도 설명했다. 안 전 교수는 “지역주의를 벗어나서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로운 정치의 씨앗을 뿌리고자 결심했다”고 했다. 그 새로운 정치는 생활정치로 나타났다. 노후문제, 주거문제, 교육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면서 새로운 정치의 길을 걷고자 한다고 했다.

노원병 선거의 프레임은?
노원병 보궐선거의 의미는 각 정당마다 독특한 컬러를 지니고 있다. 우선 크게 본다면 박근혜 정부 출범 시기의 민심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선거이다. 중산층 이하 유권자들이 많고, 비교적 야성이 강한 곳에서 박근혜 정부에 거는 기대가 어떤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인수위 시절의 불통 논란과 인사정책의 난맥상, 게다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노원병의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정부에게도 초기 여론을 읽는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에서는 새누리당이 선전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렇다면 노원병이 관건이다. 여기서도 새누리당이 승리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장악력은 물론, 그동안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한 집권당으로의 무기력증을 털어내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도 하나의 기회인 셈이다.

진보정의당은 ‘빼앗긴 정의’를 다시 유권자의 힘으로 탈환한다는 명분이 있다. 노회찬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지선 씨가 출마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당연히 정서에 호소하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삼성과 검찰에 저항하면서 정의를 외친 노회찬 공동대표의 명예회복 기회이며 동시에 통합진보당과의 경쟁구도에서도 기선을 제압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진보정의당도 사실상 당의 운명을 걸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안철수 전 교수는 자신이 밝힌 대로 새 정치의 출발선에 다시 선 것이다. 물론 당선이 중요하다. 만약 여기서 낙선이라도 한다면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새 정치는 시작부터 김이 빠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안 전 교수의 당선을 예상하더라도 그 과정 역시 중요하다. 국회의원에 머무를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리고 그 후에 그가 보여줄 정치비전은 곧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당선보다 더 중요한 새 정치의 가치와 비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낡은 정치와 새 정치의 대결구도가 형성될 것이며, 이런 점에서 낡은 방식의 야권연대와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일 심경이 복잡한 쪽은 민주통합당이다. 지난 총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따라 앞장서 노회찬 공동대표를 지원했던 민주당 이동섭 위원장은 이번엔 양보가 없다며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야권분열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후보를 낼 것인가. 아니면 후보를 내지 않고 안 전 교수를 측면 지원할 것인가. 이것은 당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 본다면 민주당 전망과도 직결된 전략적인 문제이다. 그렇다면 정파적 논란을 접고, 좀 더 멀리 더 높이 보는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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