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의 젊은 아빠들은 단순히 아내를 도와주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이를 직접 키운다. 과거의 아빠도 물론 자녀들을 키웠다.

그러나 그것은 돈을 벌어다주는 것과 자녀에게 훈계를 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시대적 변화의 큰 흐름은 이제 아빠를 단지 돈만 벌어주는 사람으로 충분하게끔 내버려두지 않는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라는 단순한 경제적 이유 때문 외에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자녀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도 있다.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칼 데라에 의하면, 아빠가 양육에 많이 참여할수록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표했다. ‘아빠 효과(father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아빠가 자녀와 놀이나 상호작용을 많이 할수록 아이의 이성과 논리를 주로 담당하는 좌뇌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것을 말한다. 프렌디라는 말도 탄생했다. 친구(friend)와 아빠(daddy)의 합성어로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데, 자녀 양육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아빠라는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

아이와 자주 놀아주고 대화를 나누면서 한편으로는 늘 자녀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 고민하고 노력하는 아빠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마디로 ‘민주적 권위형’의 좋은 아빠가 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는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아빠의 유형이다. 아이와 아빠는 서로 친구처럼 가깝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고, 아이와 스킨십도 자주 하면서 재미있게 잘 놀 뿐더러 아이를 인정해 주고 받아준다. 의사 결정의 과정에서도 아이의 의견이 잘 반영되고 대부분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항상 수평적인 관계만은 아니다. 권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아빠는 아이보다 높은 위치에 있음이 분명한 것이다. 즉 아빠가 지시하는 내용에 대해서 아이가 수긍하고 따르게 된다.

민주적 권위형의 아빠는 아이에게 합리적으로 지시를 내린다. 따라서 아이는 반발하지 않고 아빠의 의견을 따르고, 자신의 의견이 존중되었듯이 아빠의 의견도 존중되며 결국 따라야 할 것을 인정한다. 쌍방향의 의사소통임에는 틀림없지만 위계질서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아빠와 아이 간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서 구체적인 행동 지침들을 소개한다. 먼저 아이와 목욕을 함께 하거나 아이를 직접 아빠가 목욕시켜라. 아들의 경우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 초교 입학 전까지 가능하고, 딸의 경우 만3세 이전까지 가능하다. 스킨십이 늘어나면서 아이와 친해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은 엄마가 더 잘 하겠지만, 목욕을 함께 하는 것은 아빠가 잘 할 수 있다. 만3세가 지나면서부터는 신체적인 놀이를 많이 해준다. 레슬링, 싸움놀이, 실내 축구 등이 좋다. 역시 스킨십을 강조하며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대화에 중점을 둔다. 저녁마다 아이에게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가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면서 물어보라.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나면 가급적 긍정적인 반응 내지는 칭찬의 말을 들려준다. 가령 “오늘은 친구들과 축구 했어요” 또는 “영어학원에 다녀왔어요”라고 말하면, “재미있었겠다” “축구도 이제 할 줄 아는구나” “와, 영어도 배우다니 대단한데” 등이다. 즉 연령이 증가하면서 아이가 발달하게 되므로 처음에는 신체적 접촉(안아주기, 쓰다듬어 주기 등) 위주에서 점차 놀이로 그 다음에 대화로 아이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초로 하는 마음가짐은 아이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자세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 들어서도 아빠와의 대화는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이때는 가급적 지시와 명령보다는 권유와 타협의 대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사춘기 고유의 반항심 때문이다. 사회적 흐름인 아빠 육아를 통해서 아빠 효과를 얻고, 그 결과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학업 성취도, 사회성, 인성, 성취 욕구 등 그야말로 대부분의 발달 영역에서 발전적 진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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