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문서 없어도 모든 정황과 증언이 말해줘”

 

▲ 지난 8일 요시미 요시아키 쥬오대 교수가 서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위안부 진실 전도사’… ‘고노담화’ 이끌어낸 주역
“아베, ‘강제성’ 단어 한정적으로 정의해 잘못 부인”

[천지일보=이솜 기자] “실제 한반도에서 ‘강제동원 명령’을 직접 명시한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 모집을 주도했다는 증언과 증거는 무수히 많습니다. 일본은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해선 안 됩니다.”

20여년간 위안부에 대해 연구하고 일본 정부에 사과를 촉구해 와 일명 ‘위안부 진실 전도사’로 불리는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66) 쥬오대 교수는 8일 저녁 서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요시미 교수는 1992년 1월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도서관에서 일본군이 군 위안부에 직접 관여한 공문서 6점을 발견해 아사히신문에 제보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그해 7월 당시 일본 정부의 대변인격인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일본 관방장관은 공식적으로 “(일본군) 위안소의 설치나 운영·감독 등에 일본 정부가 관여했다”고 인정하는 등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혔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부 관여’를 인정한 첫 사례였다.

이 같은 가토담화는 1993년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담긴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고노담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정권을 잡게 된 아베 총재는 고노 담화와 식민지 지배, 침략의 역사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를 수정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미국 의원들이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요시미 교수는 이러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 “고노담화를 유지해야 하며, 위안부의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요시미 교수는 먼저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서 ‘강제성’이라는 뜻을 굉장히 한정적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군·일본 경찰에 의한’과 ‘폭행·협박을 동반한 연행이 있었는지’ 등 2가지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강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며 “‘본인의 의사와 달리 행해졌다는 것’을 강제라고 정의하는 고노담화와 비교한다면 아베 내각의 ‘강제성’ 정의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아베가 2가지 조건으로 ‘강제성’을 한정했지만 요시미 교수가 발견한 일본 공문서의 증거로도 이 같은 조건은 충족된다. 당시 공문서는 일본 참모부가 중국 지역의 각 부대에 위안소 설치를 독려하고 위안부 모집 운영업자를 선정할 때 지방 헌병, 경찰과 협력할 것을 지시하고 있는 등 일본군이 사실상 위안부 운영·통제해왔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또한 그는 일본 군·관에게 폭행·협박·사기를 당한 사실도 일관된 피해자들의 주장과 중국 등 외국의 판결을 들며 어떤 조건을 내세워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은 피해 갈 수 없음을 강조했다.

요시미 교수는 이날 위안부 제도와 당시 일본 군내에 있었던 공창제를 비교하기도 했다.

요시미 교수에 따르면 두 제도 모두 거주의 자유가 없었다. 외출의 자유에 대해선 공창제는 성노예제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1933년부터 외출제를 시작했다. 반면 1938년 위안부 내부 규정에 따르면 영업자(당시 위안부)는 허가된 장소 외에 외출할 수 없었다. 즉 외출의 자유 역시 없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창제는 말뿐이라도 폐업의 자유가 있었지만 위안부는 이조차도 없었다고 밝혔다.

요시미 교수는 세미나 말미에 국제기구와 유럽의회(2007년 12월) 등이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과 요구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한 사실을 들며 고노담화의 좋은 점은 유지하면서 부족한 점을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베 내각은 위안부 사안에 대해서 ‘듣는 귀’가 없습니다. 잘못을 인정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국민도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없고, 현재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는 위안부 문제가 언급되지 않으며 고등 교과서에도 2~3줄에 그칠 뿐입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일본 정부와 국민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저 역시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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