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SSM 판매조정 가능품목 51개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서울시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에서 판매할 수 없는 권고 품목 51종을 선정해 발표했다. 당장 효력을 발휘하거나 강제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다음 달 공청회를 열어 이해 당사자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한국중소기업학회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형마트·SSM 판매조정 가능품목’ 51개를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기호식품으로는 골목상권에서 잘 팔리는 담배·소주·맥주·막걸리 등 4종이 포함됐다. 야채는 두부·콩나물·오이·양파·시금치 등 17종이, 신선조리식품은 두부·계란·어묵·떡볶이 등 9종이 선정됐다.

수산물은 갈치·꽁치·고등어·오징어 등 7종, 정육은 사골·우족·도가니 등 5종이다. 이외에 오징어·북어·미역 등 건어물 8종과 쓰레기 종량제봉투가 포함됐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을 근거로 대형마트와 SSM이 월 2회 휴무를 시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전통시장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만약 이 같은 방안이 실제로 시행되면 그동안 대형마트가 누려온 ‘원스탑 쇼핑’의 강점은 사라진다. 쇼핑 카트 하나를 밀고 매장을 돌면서 웬만한 물품을 다 살 수 있었던 장점이 없어지는 것이다. 51개 품목은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필수 식재료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거의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품목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판매조정 품목을 선정하기 위해 문헌연구와 사례조사, 면담조사 등을 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물건을 구매할 소비자들의 의견을 가장 중점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51종은 소비자들이 골목상권을 이용했을 때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우위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품목이 주를 이룬다.

일례로 정육 품목 중 ‘삼겹살’은 목록에서 제외됐다. 소비자들이 깔끔한 박스 포장을 선호한 ‘과일’도 51개 품목에서 빠졌다.

시는 이번에 선정된 리스트를 토대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해 향후 법 개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공청회 자리에는 대형마트, 대형마트 납품업체, 골목 중소상인, 소비자, 전문가가 모두 함께한다.

이와 함께 서울시내에 SSM이 출점해 인근 중소상인으로부터 사업조정 신청이 들어올 경우 51개 리스트를 놓고 SSM의 판매 품목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날 대형마트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형마트 및 SSM 업체들이 회원사로 가입한 체인스토어협회는 “소비자 불편과 납품업체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수용하기 쉽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업계는 다음 달 공청회를 통해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월 2회 휴무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는 처음부터 해법을 잘못 찾은 것이 아닌가”라며 유통업계를 규제하려는 방침 자체에 불만을 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51개 품목 전부를 권고할 수 없다. 그건 마트에 영업하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단 몇 종이라도 전통시장에 할당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전통시장이 눈에 띄는 매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미 상생노력을 약속한 대형마트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판매제한 품목 수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 상생협력팀 이준형 팀장은 “전통시장이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깔끔하고 편리한 대형마트와 경쟁할 만한 환경을 갖추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월 2회 휴무일에도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시는 ‘다음날 마트에서 쇼핑하면 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전통상권을 활성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독과점구조 고착은 결국 소비자에게도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팀장은 “외국처럼 대형마트가 도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미리 법제화하지 못한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좋든 싫든 ‘규제’를 통해 전통상권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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