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오는 11일 오후,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귀국한다는 소식이다. 지난 대선 때, 마치 야권의 패배를 직감한 듯 서둘러 미국으로 떠났던 그가 80여 일 만에 귀국해 오는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키로 했다고 한다. 그의 귀국과 출마 소식에 벌써 정치권이 출렁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진보정의당까지 정치적 셈법과 전략이 한층 더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그의 귀환 자체가 야권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요동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타이밍의 정치’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 때부터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앞으로의 5년을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민주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구태의연한 힘겨루기를 반복하고 있다. 국민이 볼 때는 ‘새 정부 발목잡기’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뒤늦게 어정쩡한 ‘조건부 수정안’을 제의하면서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 무능하고 무기력한 민주당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래저래 정치의 쇄신과 진화, 그리고 역사의 발전을 신뢰하는 다수의 국민은 마음을 둘 곳이 없다. 박근혜 정부에 실망하고 민주당에 등을 돌린 사람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새로운 정치, 부활할 것인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안철수 현상’의 본질은 기성 정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타는 목마름’이었다. 그 실체는 기성정치의 대척점에 있으며,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안철수 전 교수가 기폭제가 된 셈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교수의 중도 사퇴로 ‘새로운 정치’는 폭발이 아니라 분화되고 말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통탄할 일이다. ‘새로운 정치’의 비전을 상당 부분 흡수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전략은 그래서 돋보였다. 새누리당은 단순히 한나라당 간판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가치와 비전도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를 이끈 가장 결정적인 배경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로 국민의 실망은 생각보다 커 보인다. 여기저기 분노하는 목소리가 넘치고 있다. 새 정부 출범부터 이런 현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거기에 무능한 민주당과 싸우면서 양쪽 다 치명타를 입고 있다. 뭔가 새로울 것 같았던 새누리당은 존재감조차 없다. 바로 이 시점에 다시 안철수 전 교수가 귀환하고 있는 것이다. 낡고 진부한 구태의 모습이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의 귀환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구시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줄 것이다. ‘경제부흥’과 ‘육법대’의 출현, ‘통치의 시대’ 등이 보여주는 낡은 모습은 ‘새로운 정치’를 더 선명하게 부각시킬 것이다. 그리고 안철수의 귀환은 민주당의 존망과도 연계돼 있다. 안 전 교수가 보궐선거에 당선돼 원내에 입성할 경우, 민주당 향배는 안 전 교수를 중심으로 우호세력과 반대세력으로 양분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신당’이 창당된다면 당내 우호세력의 이동은 불가피해 보인다. 야권 전체의 정치지형이 바뀌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의 ‘새로운 정치’가 어느 정도 파괴력을 지닐지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어떤 구상을 했는지, 왜 노원병인지, 그리고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등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정치’의 대상이 박근혜 정부만이 아니라 민주당까지 포괄한다면, 아니 민주당이 더 근본적인 대상이라면 그의 귀환은 그 자체가 야권의 정치지형을 바꿀 변혁의 동력이 될 것이다. 먼저 야당이 바뀌어야 여당도 바뀌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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