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잠잠하던 반란군 세력이 전국 각지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좌승상 이사, 우승상 풍거진, 장군 풍겁 등이 나서서 호해 황제를 알현하여 반란의 원인이 강제 노역과 과도한 세금 징수에 있으니 아방궁 공사를 중지시키라고 간하자 호해는 자신 합리성을 주장했다.

“더구나 선제께서는 제후로부터 출발하여 천하를 통일하셨소. 천하를 평정하신 뒤에는 외부의 야만족을 무찔러 변경을 안정되게 하신 다음 궁궐을 건설하여 진나라가 번성하는 모습을 과시하려고 하신 것이오. 그러한 선제의 대업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사실은 경들도 잘 알고 있는 일이 아니겠소. 짐이 즉위한 이래 이 년 동안 도적들이 다투어 일어났지만 경들은 이를 진압하지 못하고 있소. 하물며 선제께서 착수하신 사업을 중지하라고 간하다니 그게 될 말이오? 첫째로는 선제께 대한 망은이며, 둘째로는 짐에 대한 불충이오. 경들은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소?”

황제 호해는 화를 내며 좌승상 이사, 우승상 풍거질, 장군 풍겁을 옥리에 넘겨 죄를 물어라했다. 하루아침에 죄수가 된 풍거질과 풍겁은, 일국의 승상과 장군이 이런 수치를 겪어야 하다니 하며 한숨을 쉰 뒤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을 했다. 이사는 투옥된 뒤 몸에 문신을 새기고 코를 자른 뒤 다리를 끊고 머리는 저자거리에 매달고 시체는 소금에 절이는 5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사지가 묶인 채 옥에 갇힌 이사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했다. “아아, 무도한 임금을 위해서는 제아무리 충성을 바쳐도 헛수고라는 뜻인가. 옛날 걸왕은 관용봉을 죽였고 주왕은 왕자 비간을 죽였으며 오나라 왕 부차는 오자서를 죽였다. 죽은 그 세 사람은 모두가 충신들이었는데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하였다. 그것은 그들의 상대가 충성을 바칠 만한 인물이 못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세 사람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호해의 무도함은 그 세 임금을 능가한다. 내가 충성으로 말미암아 죽음을 당하는 것도 그런 면에서는 당연할는지 모른다. 생각건대 호해 황제의 다스림이 결코 순탄할 리는 없다. 그는 형제들을 모조리 죽이고 제위에 올랐으며 지금은 충신을 물리고 조고 따위와 결탁하여 아방궁 건축을 위해 천하의 중세를 가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이세 황제가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옛날 성군은 음식이나 대궐의 온갖 것에 이르기까지 절도를 지켰고 어떤 사업에 착수할 때도 여분의 비용을 들여 백성의 부담을 늘리는 일은 절대로 피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였기에 안락과 태평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황제는 어떠한가. 형제들에게는 포악하게 굴었으면서도 반성하는 빛이 없고 충신을 불법으로 죽이면서 그 화를 깨닫지 못하고 천하에 중세를 과하여 아낌없이 대궁전의 건축에 쏟아 붓고 있지 않은가. 이만큼 무도한 짓을 거듭한 이상 천하가 그의 무도함을 따질 리는 없다. 반란군은 이미 천하의 절반을 점령했다. 그럼에도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조고 따위를 곁에 두고 분탕질을 하고 있다. 반드시 반란군은 함양까지 쳐들어 올 것이며 마침내 궁전은 폐허로 변하고 사람 없는 옛 터에는 사슴이 걸어 다니게 될 것이다.” 이사는 말을 마친 뒤 깊은 시름에 빠졌다.

호해 황제는 조고를 시켜 이사의 죄를 철저히 조사하게 했다. 조고는 이사가 아들 이유와 함께 모반을 꾀하였다 하여 일족과 식객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 조고는 이사에게 가혹한 고문을 했다.

태장 천여 회에 이사는 없는 죄를 고백했다. 이사가 자살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공을 믿었던 탓이며 또한 모반한 사실이 전혀 없었으므로 사실대로 밝혀지면 황제도 뉘우치고 자신을 풀어 주려니 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어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옥에서 다음과 같은 상소를 올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