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궁지’나 ‘끝장’을 뜻하는 말로 뾰족한 묘안이 없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이판사판’이라 한다.

원래 이 말은 조선시대 불교 승려의 두 부류인 이판승과 사판승을 합쳐서 부른 말이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승려들은 불법(佛法)의 맥을 잇기 위해 노력했다. 이판은 교리 연구파로 깊은 산속에 은둔해 참선 등을 통한 수행으로 불법을 이었고, 사판은 절의 행정이나 사무 처리를 담당하던 중으로, 기름이나 종이, 신발을 만드는 제반 잡역에 종사하면서 사원을 유지했다.

조선시대 승려는 최하 계층이었으며, 도성에서 모두 쫓겨나 출입도 금지돼 있었다. 당시에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막다른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래서 이판이나 사판은 그 자체로 ‘끝장’을 의미하는 말로 전이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