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용 작가 작품, 194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사진 220여점

▲ 서울의 194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모습이 담긴 사진 220여 점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6.25전쟁 후 1956년 서울파노라마(위), 1950년대 혜화동 사람들(왼쪽 아래), 1958년 대흥동 오누이(오른쪽 아래). (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1900년대 모습은 어떨까. 원로 사진작가 김한용 씨가 1947년에 국제보도 사진기자 활동을 시작으로 보도와 예술, 광고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평생 서울 곳곳을 사진 속에 담은 기록을 통해 기억 속의 서울을 들춰보자.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서울 관련 사진을 꾸준히 수집하고 전시해 오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달 28일부터 ‘김한용의 서울풍경展’을 개최 중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원로 사진작가 김한용이 찍은 미공개 서울 관련 사진 다수와 광고포스터 등 220여 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김한용은 ‘광고사진의 대부’로 알려졌다. 한국 광고사진의 선구자인 동시에 흑백 기록사진의 대가로서 한평생 서울 시내 곳곳을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하게 이어왔다.

이번 특별기획전 ‘김한용의 서울풍경’은 ‘도시의 기억’과 ‘미인의 초상’ 두 테마로 구성된다.

1부 ‘도시의 기억’에서는 6.25전쟁을 전후한 시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역동적인 변화상과 그 속에 살았던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 코너에서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대도시로 성장해 가는 서울 곳곳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김한용은 충무로에서 ‘김한용 사진연구소’를 운영하며 틈만 나면 남산에 올라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시야로 서울의 모습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찍었다. 카메라 기종에 따라 적게는 6장, 많게는 36장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7점의 대형 서울파노라마 사진이 선보인다.

그가 찍은 서울파노라마 사진은 6.25전쟁으로 서울이 파괴되기 직전인 194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60여 년에 걸쳐 시대별로 고루 갖췄다. 그야말로 서울의 변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생생한 기록사진이다.

또 수원비행단 소속 대대장의 도움으로 헬기를 타고 촬영한 항공사진들도 눈에 띈다. 당시에는 서울 상공 촬영이 거의 금지된 시절이었다.

이번에 선보인 항공사진들은 아주 희귀한 예다. 지금은 사라진 8층짜리 반도호텔이 최고 고층건물로 보이는 1950년대의 서울 설경, ‘레오날도․따․빈치’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동화백화점(현 신세계 백화점), 오발탄이 한창 상영 중인 국제극장의 야경도 전시됐다.

서울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한 ‘서울살이’ 코너에서는 배추가 산처럼 쌓여 있는 서울 아현동 일대의 김장시장, 어른들도 즐겨 보았던 만화경 풍경, 플라스틱 바가지가 보급되기 전 진짜 바가지를 주렁주렁 매달고 서울거리를 돌며 팔러 다니는 여인의 모습도 보인다. 50~60년 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껴볼 이 코너에서는 어렵고 힘든 삶에서도 희망을 꿈꿨던 시절 우리들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

▲ 1978년 동아식품 오란씨 포스터 (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2부 ‘미인의 초상’에서는 김한용이 촬영한 사진으로 제작한 광고 포스터 70여 점과 광고 속에 등장하는 당시의 상품들이 전시된다.

‘광고사진의 대부’라는 말에 걸맞게 그의 포스터에는 60~80년대 최고의 톱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이외에도 영화배우, 가수, 정치인, 기업인, 문학인 등 시대를 풍미하며 서울을 주름잡았던 유명인들의 개성을 포착한 인물사진 58점도 함께 전시된다.

또 전시실 한편에는 1973년 건립된 국내 최초의 광고사진 스튜디오인 ‘김한용 사진연구소’의 내부 모습이 재현돼 있다. 스튜디오 내부의 천장과 벽은 온통 그의 작품 사진으로 빈틈없이 이어 붙어 있다.

전시는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5월 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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