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희만사)’ 대표 인터뷰

 

▲ 김희철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희만사)’ 대표 (사진제공: 희만사)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빚 권하는 사회’ ‘가계대출 1000조 원대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빚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고 외치는 대부업체(?)가 있다. 대부업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회사 이름도 눈길을 끈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희만사)’이 그 주인공이다.

대부업체라고 해서 고금리로 돈만 빌려주는 곳이 아니다. 철저한 부채 상담·관리를 통해 부채 및 생활 설계를 지원함으로써 돈 이상의 가치인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아주는 곳이다. 이것이 희만사의 설립 목적이다. 그러나 부채 상담만으로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어 부득이하게 대부업으로 등록하게 됐다.

희만사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로, 30% 이상 고금리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적정금리의 대환대출과 함께 재무설계 상담을 병행해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는 저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해주는 부채상담 회사다.

희만사 상담사들은 상담실에 들어갈 때 꼭 휴지 한 통을 들고 들어간다. 한 사람이 빚의 굴레에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매이게 됐는지를 듣는 것이 부채 해결의 시작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발병 원인이 다르면 그 처방도 다르듯, 부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도 개인별 맞춤식이 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희철 희만사 대표는 “서민금융 문제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보지 않으면 풀 수 없다. 경제·경영학적 측면이 아닌 사회복지학적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서민들은 재무적 요소보다 비재무적 요소로 재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맞춰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희만사 직원들이 ‘고객’ 대신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사들이 상담 대상자를 칭할 때 쓰는 ‘클라이언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실제 직원 중 1/3가량이 사회복지사이거나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희만사는 2009년 설립 이후 그동안 약 1500여 과다·다중채무 가정과 부채상담을 진행해 30억 원이 넘는 ‘재무설계 바른대출’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연체율은 5% 미만에 그쳤다. 일반 대부업체의 연체율이 15%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희만사의 지속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비결은 바로 ‘지속적인 관리 상담’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바른 대출’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는 대출이 클라이언트에게 독이 되는지 약이 되는지 먼저 고민해 약이 되는 대출만 취급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대출이 극약이 될 것 같으면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법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대출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는 말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서민금융지원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현 서민금융지원 정책은 서민에게 잠시 지팡이를 빌려주는 차원에 그쳐 다시 지팡이를 회수해 가는 시점에는 결국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용평점방식으로 서민금융을 지원하거나 제공하는 방법에는 외형적인 점수 방법과 통계적 기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고, 이는 효율성은 높아도 인간성과 신뢰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인간 관계형 금융 상담’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인간 관계형 금융의 모델은 바로 PB(Private Banking)다. 이는 고소득층이 아닌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PB 서비스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퇴직 금융인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자신했다. 다만 이들을 대상으로 서민들에 대한 부채 및 생활설계 재교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력양성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접근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희만사의 비전이다. 개인 채무자 한 사람을 살린 성공 사례를 확대해 나가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희만사는 하나금융그룹에서 실시한 서민재무상담사 양성과정에서 퇴직 금융인들을 대상으로 ‘금융멘토링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교육을 실시했다. 김 대표는 “금융에 대한 경험과 경륜이 오히려 이들에게 걸림돌이 된다”며 “‘금융의 본질’을 먼저 생각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희만사는 앞으로 홍보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약 200일간 서울 주요지역에 ‘빚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라는 홍보지 2만 부를 배포하고 300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는 서울 한 지역의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서민재무상담사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을 해나갈 계획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쉬지 않고 꾸준히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이 일에 대한 김 대표의 다짐이자 철학이다.

그는 “이제 시작이다. 10년 걸리든 5년 걸리든, 지금처럼 한삽 한삽 떠서 산을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