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특집] 한민족 평화 미래학 ‘기미독립선언문’
[3.1절 특집] 한민족 평화 미래학 ‘기미독립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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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조선왕실의 중심 경복궁 근정전에 일장기가 꽂혔다. 그 이후 조선의 국기 ‘태극기’는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다. 9년이 지나 다시 꺼내들고 원 없이 흔들어댔던 날. 그 날 함성의 요체인 기미독립선언문의 가치를 찾아 나선다.

▲ 기미독립선언서 원본 기미독립선언문은 민족자결 원칙에 입각하여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인도주의에 기초를 둔,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독립 방안을 제시했다. 독립선언서에는 천도교계 15인, 기독교계 16인, 불교계 2인 등 33인의 '민족대표'가 서명했다. (사진제공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할 말 다 하는 감성 자극 선언문
양심에 호소하여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글


[글마루=박혜옥 기자] 해마다 3월이 되면 3.1운동 기념행사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리는 자유를 당연한 듯 여기며 살다가도 일제강점기 시절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나면 그런 착각에서 벗어나 지금의 자유는 순국선열들의 목숨과 바꾼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3.1운동의 의의, 국가보훈처에서 인정한 독립운동가 등 다소 분명한 역사와 인물은 크게 고민할 거리가 없다. 하지만 가치판단이 엇갈리는 역사는 현기증이 날만큼 난해하고 고민스럽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과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만나 ‘독립운동’과 ‘친일행위’의 선을 넘나들었던 역사가 그러하다.

그래서 다시 주목하게 되는 것이 ‘기미독립선언문’ 내용 그 자체이다. 선언문의 내용을 기초한 최남선과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평가는 많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민족대표 33인 절반 이상이 변절되었고, 만세운동을 했던 것도 민중과 학생들이었기에 그들의 역할은 ‘선언문을 작성하고 낭독했던 것까지’였다고 말한다. 또 한편에서는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죄받을 행동이라며 민족대표 33인은 목숨을 걸고 독립을 열망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 민족대표 33인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지언정 최초로 독립운동을 기획하고 수년전부터 준비했던 의암 손병희와 나아가 천도교를 비롯한 각 종교의 이상향이 반영된 ‘기미독립선언문’의 내용만큼은 3.1정신의 요체로서 변함이 없다.

1919년 기미년에 낭독되었다하여 붙여진 이름 ‘기미독립선언문’. 대부분 사람들에겐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별다른 감흥 없이 한자 풀이에 집중하다 잊혀진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다시 세 번만 읽어보시라. 처음엔 설렁 설렁 훑어 읽기로, 두 번째는 이해를 동반하여, 세 번째는 그 시대를 상상하면서 정성을 다해….

특히 일본인의 입장에선 곱씹을수록 은근히 화나게 하는 글이었을지 모른다. 그들을 흥분시키는 과격한 표현 하나 없이 전략적 돌려치기로 정곡을 콕콕 찌르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명문이기 때문이다.

열강이 일본과 손을 잡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조선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편이 되어줄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조선의 독립운동이 일본의 심기를 건드려 마치 폭동이 일어난 것처럼 세계에 알려진다면 세계 사람들의 동정을 얻지도 못할 뿐더러 일본군에 의해 희생자만 속출하게 될 것이 뻔했다.

그러니 일본의 행위는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에 의한 것이며, 신의 없는 행위요, 일본 정치가들의 공명심에 희생된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것’임을 스스로 깨닫고 양심에 준하여 돌아갈 것을 은은한 가운데 감성에 호소하고자 했던 것이다.

기미독립선언문의 마지막 바람
새천지와 도의(道義)의 시대 도래

선언문의 내용은 암담한 그늘에서 쓴 글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미래지향적이다.

“아아! 새 천지가 눈앞에 펼쳐지도다. 힘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도다. 지난 온 세기에 갈고 닦아 키우고 기른 인도의 정신이 바야흐로 새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의 역사에 쏘아 비추기 시작하도다.

새 봄이 온누리에 찾아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는도다. 얼어붙은 얼음과 찬 눈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 저 한때의 형세라 하면, 화창한 봄바람과 따뜻한 햇볕에 원기와 혈맥을 떨쳐 펴는 것은 이 한때의 형세이니, 하늘과 땅에 새 기운이 되돌아오는 때를 맞고, 세계 변화의 물결을 탄 우리는 아무 머뭇거릴 것 없으며, 아무 거리낄 것 없도다.

우리의 본디부터 지녀온 자유권을 지켜 풍성한 삶의 즐거움을 실컷 누릴 것이며, 우리의 풍부한 독창력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온 누리에 민족의 정화를 맺게 할 것이로다. ”

‘조선의 독립은 동양의 평화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에 필요한 단계이니만큼 감정상의 문제가 아님’을 주장하며 힘과 무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했다.

낡고 후패한 시대의 가치관을 던져버리고 ‘도의의 시대 곧 인류평등과 세계평화 정신이 세계를 이끌어나가기에 머뭇거릴 것도 없고, 거리낄 것도 없노라’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기미독립선언서가 기대했던 도의의 시대는 과연 도래한 것일까. 지구촌 유일 분단국으로 오히려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며, 물질만능의 노예가 되어 위력의 시대를 살고 있지는 않는가.

약 100년 전 ‘독립’이라는 대의 앞에서 종교지도자들은 하나로 뭉쳐 독립운동의 분수령이 되었다. 오늘날도 한반도의 통일과 인류평화라는 대의 앞에서 세계의 종교지도자들이 하나로 뭉쳐 평화운동의 분수령이 되어야 할 때인 듯하다.

결국 그 일을 해내는 자가 도의의 시대, 새 천지의 시대를 펼치며 화창한 봄바람과 따뜻한 햇볕이 되어 ‘기미독립선언문’의 마지막 바람을 이루지 않겠는가.

                                                                                                                                       참고문헌
                                                                                                기미독립선언문의 현대적 의의/윤치영
                                                                                          기미독립선언서의 미래지향적 조명/하인호

기미독립선언문 번역문

우리 조선은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하노라. 이로써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똑똑히 밝히며, 이로써 자손 만대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하노라.

 

반만 년 역사의 권위를 의지하여 이를 선언함이며, 이천만 민중의 충성을 모아 이를 두루 펴 밝히며, 겨레의 한결같은 자유 발전을 위하여 이를 주장함이며, 인류가 가진 양심의 발로에 뿌리박은 세계 개조의 큰 움직임에 순응해 나가기 위하여 이를 내세움이니, 이는 하늘의 분명한 명령이며 시대의 큰 추세이며, 온 인류가 더불어 같이 살아갈 권리의 정당한 발동이기에, 하늘 아래 그 무엇도 이를 막고 억누르지 못할 것이니라.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에 희생되어, 역사 있은 지 몇 천 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민족에게 억눌려 고통을 겪은 지 이제 십 년이 지났는지라, 우리 생존권을 빼앗겨 잃은 것이 무릇 얼마이며, 겨레의 존엄과 영예가 손상된 일이 무릇 얼마이며, 새롭고 날카로운 기백과 독창력으로써 세계 문화의 큰 물결에 이바지할 기회를 잃은 것이 무릇 얼마인가!

 

오호, 예로부터의 억울함을 떨쳐 펴려면, 지금의 괴로움을 벗어나려면, 앞으로의 위협을 없이 하려면, 겨레의 양심과 나라의 체모가 도리어 짓눌려 시든 것을 키우려면, 사람마다 제 인격을 올바르게 가꾸어 나가려면, 가엾은 아들딸들에게 괴롭고 부끄러운 유산을 물려주지 아니하려면, 자자손손이 완전한 경사와 행복을 길이 누리도록 이끌어 주려면, 가장 크고 급한 일이 겨레의 독립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니, 이천만 각자가 사람마다 마음의 칼날을 품고, 인류의 공통된 성품과 시대의 양심이 정의의 군대와 인도의 무기로써 지켜 도와주는 오늘날, 우리는 나아가 얻고자 하매 어떤 힘인들 꺾지 못하랴? 물러가서 일을 꾀함에 무슨 뜻인들 펴지 못하랴.

 

병자수호조약 이후 때때로, 굳게 맺은 갖가지 약속을 저버렸다 하여 일본의 신의 없음을 죄주려 하지 아니 하노라. 학자는 강단에서 정치가는 실제에서, 우리 옛 왕조 대대로 물려 온 터전을 식민지로 보고, 우리 문화 민족을 마치 미개한 사람들처럼 대우하여, 한갓 정복자의 쾌감을 탐할 뿐이요, 우리의 오랜 사회 기초와 뛰어난 겨레의 마음가짐을 무시한다 하여, 일본의 의리 적음을 꾸짖으려 하지 아니하노라.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하기에 바쁜 우리는 남을 원망할 겨를을 갖지 못하노라. 현재를 준비하기에 바쁜 우리는 묵은 옛일을 응징하고 가릴 겨를도 없노라.

 

오늘 우리의 할 일은 다만 자기 건설이 있을 뿐이요, 결코 남을 파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로다. 엄숙한 양심의 명령으로써 자기의 새 운명을 개척함이요, 결코 묵은 원한과 한 때의 감정으로써 남을 시기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로다. 낡은 사상과 낡은 세력에 얽매여 있는 일본 정치가들의 공명심에 희생된,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그릇된 상태를 고쳐서 바로잡아,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바른 길, 큰 으뜸으로 돌아오게 함이로다.

 

당초에 민족의 요구로서 나온 것이 아닌 두 나라의 병합의 결과가 마침내 한때의 위압과 민족 차별의 불평등과 거짓으로 꾸민 통계 숫자에 의하여, 서로 이해가 다른 두 민족 사이에 영원히 화합할 수 없는 원한의 구덩이를 더욱 깊게 만드는 지금까지의 실적을 보라! 용감하고 밝고 과감한 결단으로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잡고, 참된 이해와 한 뜻에 바탕한 우호적인 새 판국을 열어 나가는 것이 피차간에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불러들이는 가까운 길임을 밝히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또 울분과 원한이 쌓인 이천만 국민을 위력으로써 구속하는 것은 다만 동양의 영구한 평화를 보장하는 길이 아닐 뿐 아니라, 이로 말미암아 동양의 안전과 위태를 좌우하는 굴대인 4억 중국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 새암을 갈수록 짙게 하여, 그 결과로 동양의 온 판국이 함께 쓰러져 망하는 비참한 운명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니, 오늘날 우리 조선 독립은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정당한 삶의 번영을 이루게 하는 동시에, 일본으로 하여금 그릇된 길에서 벗어나 동양을 지지하는 자의 무거운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며, 중국으로 하여금 꿈에도 면하지 못하는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며, 또 동양 평화로 그 중요한 일부를 삼는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에 필요한 계단이 되게 하는 것이라. 이 어찌 구구한 감정상의 문제리요.

 

아아! 새 천지가 눈앞에 펼쳐지도다. 힘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도다. 지난 온 세기에 갈고 닦아 키우고 기른 인도의 정신이 바야흐로 새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의 역사에 쏘아 비추기 시작하도다. 새 봄이 온누리에 찾아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하는도다. 얼어붙은 얼음과 찬 눈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 저 한때의 형세라 하면, 화창한 봄바람과 따뜻한 햇볕에 원기와 혈맥을 떨쳐 펴는 것은 이 한때의 형세이니, 하늘과 땅에 새 기운이 되돌아오는 때를 맞고, 세계 변화의 물결을 탄 우리는 아무 머뭇거릴 것 없으며, 아무 거리낄 것 없도다. 우리의 본디부터 지녀온 자유권을 지켜 풍성한 삶의 즐거움을 실컷 누릴 것이며, 우리의 풍부한 독창력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온 누리에 민족의 정화를 맺게 할 것이로다.

 

우리가 이에 떨쳐 일어나도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우리와 더불어 나아가는도다. 남녀노소 없이 음침한 옛집에서 힘차게 뛰쳐나와 삼라만상과 더불어 즐거운 부활을 이루어내게 되도다. 천만세 조상들의 넋이 은밀히 우리를 지키며, 전 세계의 움직임이 우리를 밖에서 보호하나니, 시작이 곧 성공이라, 다만 저 앞의 빛으로 힘차게 나아갈 따름이로다.

공약 3장
하나. 오늘 우리들의 이 거사는 정의 인도 생존 번영을 위하는 겨레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치닫지 말라.
하나. 마지막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한 순간에 다다를 때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시원스럽게 발표하라.
하나. 모든 행동은 가장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들의 주장과 태도를 어디까지나 떳떳하고 정당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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