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116명 참석 비밀회의 ‘콘클라베’ 전 세계 관심 쏠려

▲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이을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12명의 추기경들. 이중 윗줄 맨오른쪽 인물이 가나 출신의 피터 턱슨 추기경. 아랫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인물이 나이지리아 출신의 프랜시스 아린제 추기경.(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8일(한국시각 3월 1일 오전 4시) 퇴임함에 따라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 ‘콘클라베’와 누가 후임 교황으로 선택받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이 물러난 로마가톨릭교회는 현재 ‘사도좌 공석(sede vacante)’ 상태가 됐다. 사도좌는 사도 베드로에게 예수가 맡긴 주교좌라는 뜻이다. 전 세계 12억 가톨릭교회에 대한 법률·사목적 최고 권위를 가진 교황의 직위를 말한다.

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교황 선출 규정은 1996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발표한 교황령 ‘주님의 양떼’를 따른다.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는 선거인은 교황이 임명한 가톨릭교회의 추기경 중 사도좌가 공석이 되기 전날을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이다. 선거인 수는 최대 120명까지 허용한다.

교황청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추기경 209명 중 베네딕토 16세 사임일인 2월 28일을 기준으로 교황 선거인 추기경은 117명이다. 대륙별로는 유럽 61명, 라틴아메리카 19명, 북아메리카 14명, 아프리카 11명, 아시아 11명, 오세아니아 1명이다. 이 중 67명은 베네딕토 16세가, 나머지 50명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한 추기경들이다.

선거인 추기경이 가장 많은 나라는 21명이 참가하는 이탈리아다. 우리나라는 정진석 추기경이 80세가 넘어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못한다. 이르면 10일경 열릴 것으로 알려진 콘클라베에는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가진 추기경 116명(인도네시아의 줄리우스 다르마트마자 추기경은 건강 이유로 불참)이 참석한다.

‘주님의 양떼’ 37조는 교황의 선종이나 사임으로 사도좌가 공석이 된 지 15∼20일 사이에 콘클라베를 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임 전 지난달 25일자 교서를 통해 ‘모든 선거인 추기경이 도착하면 선거 개시를 앞당길 권한도 있다’는 문항을 추가했기 때문에 오는 15일 이전으로 앞당겨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콘클라베 준비를 위한 추기경회의는 오는 4일 시작해 매일 열리며, 여기서 콘클라베 개시일도 결정된다. 추기경들은 교황 선출 청원 미사를 한 뒤 교황궁 바오로 성당에 모였다가 선거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한다. 비밀 엄수와 외부 개입 배제를 맹세하고 나면 외부인은 전원 퇴장한다. 수석 추기경의 선거 개시 동의에 이어 선거인 과반수가 선거 개시에 지장이 없음을 판단하는 즉시 선거를 시작한다.

후보는 따로 뽑지 않고 선거인 각자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는다. 투표는 선거인 전체의 3분의 2 이상 득표한 사람이 나올 때까지 계속 진행한다. 오전과 오후 각 2차례씩 사흘간 투표를 했는데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하루 동안 투표를 중단하고 기도와 대화, 묵상 등을 한 뒤 재투표를 7번 실시한다.

기도 후 7회 재투표를 3번 반복했는데도 당선자가 안 나오면 직전 투표의 최다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벌인다. 투표는 둘 중 한 사람이 3분의 2 이상 득표할 때까지 계속된다. 단 이들 최다득표자 2명에게는 선거권을 주지 않는다.

피선자가 당선을 동의하는 즉시 콘클라베는 종료된다. 이때 교황 이름도 정해진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투표용지를 태워 성당 굴뚝으로 흰 연기를 피워 올려 이를 알린다.

수석 부제 추기경은 밖에서 기다리는 이들에게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뜻)”이라며 새 교황의 선출 사실과 이름을 공포하게 된다. 이후 새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첫 모습을 드러내며 로마가톨릭과 전 세계에 사도적 축복의 메시지를 발표한다.

한편 차기 교황으로 첫 흑인 교황이 선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 후보로 12명이 거론되고 있으며 유력 후보로는 가나 출신의 피터 턱슨 추기경이 있다. 영국 BBC방송 등은 선거인단에 이탈리아 국적 추기경이 21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안젤로 스콜라(70) 밀라노 추기경과 안젤로 바그나스코(70) 제노바 추기경 등 이탈리아 출신이 차기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