宮 출입하는 정문, 임금의 큰 덕을 나누다

▲ 보물 제384호 창경궁 홍화문 정면과 측면(위), 보물 제383호 창덕궁 돈화문 전경과 측면(아래) ⓒ천지일보(뉴스천지)

보물 제383호 창덕궁 ‘돈화문’
‘중용’ 인용해 이름 지어
중건 거듭해 규모 커진 것

보물 제384호 창경궁 ‘홍화문’
천장 가운데 서까래 노출
취두·용두로 위엄 드러내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한 나라를 다스리던 왕과 그의 가족이 살던 곳을 궁궐 또는 궁전이라 부른다. 궁궐 내로 들어가기 위한 주요 출입문이 바로 정문(正門)이다.

우리나라 4대궁 중에 창덕궁과 창경궁은 역사를 같이 한다. 이들 궁을 대표하는 정문인 창덕궁 돈화문과 창경궁 홍화문도 조선 중기 후반에 함께 세워졌다.

◆‘돈화문’ 현존 가장 오래된 목조 궁문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중층 다포식 우진각지붕으로 구성된 건물이다. 1412년(태종 12년)에 창건됐으며, 임진왜란으로 소실됐다가 1608년(광해군 즉위년)에 창덕궁이 복구되면서 정문도 함께 세워졌다. 현재의 건물이 이때 세워진 것으로, 현존하는 궁궐 대문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다.

‘돈화(敦化)’라는 말은 원래 중용에서 인용한 것으로 ‘공자의 덕을 크게는 임금의 덕에 비유할 수 있다’는 표현이다. 그러나 돈화문에 쓰인 것은 그 의미가 확장돼 ‘임금이 큰 덕을 베풀어 백성을 돈독하게 교화한다’는 뜻이다.

돈화문은 처음에는 규모가 크지 않았다. 차츰 현재와 같은 큰 규모로 고치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궁궐 문화재 관련 기록을 보면 1451년(문종 1년)에 돈화문을 고치라는 왕명이 있었으며, 1506년(연산군 12년)에는 돈화문을 높고 크게 고치라는 왕명이 있었다.

이는 원래 별궁으로 창건됐던 창덕궁이 차츰 본궁의 구실을 하게 된 것에 따른다. 외국의 사절이 창덕궁 정전(正殿)에서 왕을 뵙거나 국상(國喪)이 있을 때 상여가 나가게 되는 등의 상황이 있기 때문에 궁의 정문을 보다 위엄 있고 크게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돈화문은 지형에 맞춰 궁의 서남쪽 모퉁이에 치우쳐 세워졌다. 경복궁이나 창경궁의 정문이 정전과 일직선 상에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이에 따라 정문의 동북쪽에 정전이 있게 됐다.

건물은 넓은 계단이 있는 장대석의 기단 위에 세워졌으나, 이 기단은 현재 아스팔트 포장으로 덮여 보이지 않는다.

건물은 넓은 계단이 있는 장대석의 기단 위에 세워졌으나 이 기단은 현재 아스팔트 포장으로 덮여 보이지 않는다. 상층은 갓기둥과 아래층에서 뻗어 올라온 고주로 축부(軸部, 몸체)를 구성하며, 천장을 설치하지 않아 사람이 서서 활동하기에 충분하다. 지붕마루에는 취두·용두·잡상 등이 설치돼 있다.

◆‘홍화문’ 다양한 지붕 장식이 멋 자아내

창경궁 홍화문은 창경궁의 정문으로 1484년(성종 15년)에 지은 건물이다. 돈화문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소실된 것을 1616년(광해군 8년)에 다시 지었고, 지금 있는 건물은 그 뒤로도 여러 차례 수리를 거쳤다.

돈화문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층 다포식 우진각지붕 건물이다. 문루 1층은 가운데 기둥 사이에 2짝 문을 3곳에 나눠 달았다. 또 문짝 위에 홍살(紅箭)을, 그 위쪽 천장의 가운데 칸에는 서까래를 노출하고 양옆 칸의 반은 막고 반은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북쪽의 문 왼쪽에 2층으로 연결되는 꺾은 계단을 가설했는데, 2층은 4면 모두 판장문을 달아 여닫을 수 있게 했고, 바닥에는 마루를 깔았으며, 천장도 서까래를 노출했다.

공포는 1층의 공포와 같은 특징을 띠고 있으며, 다만 기둥 사이가 좁아져서 공포의 수가 줄어들었다. 공포 위에는 도리를 얹고 다시 서까래를 내단 겹처마를 받쳤는데, 추녀의 사래 끝에 토수(吐首, 용두나 귀두 모양의 장식)를 끼웠다.

지붕 위에는 회반죽을 바른 높은 마루를 만든 후 용마루에는 용을 도드라지게 새긴 취두(鷲頭, 매 머리 모양의 장식)를 하고, 내림마루에는 용두(龍頭)와 잡상(雜像)을 배열해 건물의 위엄을 나타냈다.

한편 창덕궁 돈화문과 창경궁 홍화문은 1963년 1월 21일 같은 날에 각각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 창경궁 홍화문 행각의 용두 장식 부분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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