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 광진도서관장

“사회적 효 실천 프로그램, 공공도서관의 역할 중 하나”

▲ 오지은 광진도서관장
흔히 효라 하면 생물학적으로 자기 자신을 낳아 존재하게 해주신 부모와 조상에 대한 사랑 내지는 의무 도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효는 개인적 의무 도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으로는 사회생활의 기본 단위인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도덕 규범으로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동양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근본 도덕 규범이다.

그래서 효를 모든 행동의 근본이라 부르기도 한다. 요즘 자본주의의 발전과 신자유주의의 확대로 인한 무한 경쟁체제 등으로 점차 황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서 지역공동체 복원을 여기저기서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공동체 복원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덕규범은 효라고 생각한다.

효를 가족적 차원을 벗어나 사회적 차원으로의 승화하여 사회적 효 실천의 활성화를 통해 삶의 질이 높은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의 여러 가지 역할 중에서도 커뮤니티 역할을 강조하는 사서의 한 사람으로서 공공도서관이 할 수 있는 사회적 효 실천에 대한 방법에 대해 평소 많은 고민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소속한 광진정보도서관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효의 공부와 실천 방식을 가르치기 위해 방학 때마다 ‘도서관향교’를 운영하고 있다. 평범한 어르신들의 삶 속에도 사회성과 역사성이 녹아 있음을 알리고 그동안 자식 세대와 공유하지 못했던 점을 밝혀 세대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해 가족 공동체를 보다 강화하고 효도를 유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어르신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도 있다.

어르신들이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로 어르신들에게 동화구연을 가르쳐드리는 ‘실버이야기교실’을 운영하여 과정을 수료하신 분들이 직접 도서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이야기할아버지할머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단순히 효에 관한 지식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사회적 효 실천에 대해 주민들과 같이 고민하고 하나하나 실천해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건강한 공동체 복원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적극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대가족이 같이 살던 농경사회에서의 효 실천 방식을 고도 산업화 및 정보화된 현대 사회에서 강요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여, 중국의 노령화 대책 기관들이 공동으로 ‘배우자·자녀와 함께 부모의 집을 자주 찾기’ ‘명절 휴가 부모와 함께 보내기’ ‘부모의 생일 축하해주기’ ‘부모에게 인터넷 사용법 가르쳐 주기’ ‘매주 통화하기’ 등 24가지가 포함된 신세대 효도 기준인 ‘新 24孝’를 발표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구체적 실천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면 정보화 사회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누구라도 효를 실천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회적 효 실천까지 이어져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건강한 공동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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