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반연, 목회자 세습 신학적 근거 찾지 못해

▲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이 19일 명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교회세습, 신학으로 조명하다’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한 가운데 전성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교회세습이 신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교회세습 목회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는 지난 19일 명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교회세습, 신학으로 조명하다’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들은 세습목회자들이 교회세습을 합리화하기 위해 들어 쓰는 성경 내용을 파악해 이를 철저하게 해부했다. 그 결과 세반연은 “교회세습은 성경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또 이는 최근 열린 세반연 포럼에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뒷받침해주는 거름이 됐다. 여론조사에서는 한국교회 목회자 10명 중 8명이, 일반인 10명 중 6명이 교회세습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심포지엄 발제자로 나선 신‧구약학 교수들은 ‘성경’을 중심으로 교회세습에 대한 신학적인 근거 여부를 따졌다. 이들은 개신교 신앙의 근간인 성경의 구약과 신약 어디에서도 교회세습을 정당화할 수 있는 구절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약은 세종대학교 교양학부 신약학 김판임 교수가 살폈다. 김 교수는 “신약성서 안에서 교회세습의 근거를 찾으려고 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며 “어느 한 구절도 교회세습을 정당화해주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목회자의 교회세습이 정당화되려면 교회가 목회자 개인 소유가 돼야 한다. 하지만 신약 성경에서 교회를 목회자 개인 소유라고 인정해주는 성경 구절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약 이후 형성된 예수교회가 혈육으로 구성된 것이 아닌 예수를 믿는 자들로 형성된 영적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세습 목회자들이) 성경을 근거로 삼는다면 아마도 구약성서에서나 근거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유대교의 제사장과 개신교의 목사를 동일시한다면 그렇게도 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구약성서에서도 역시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 구약학 전성민 교수는 “기독교가 혈연이 아니라 언약의 종교인 것은 신약뿐 아니라 구약에서부터 증명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 교수는 “구약에서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그들의 권력을 이어받은 자녀들은 정반대의 악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구약에서 혈연주의에 따라 세습을 한 대표적인 사례로 다윗의 왕 직분을 꼽았다. 다윗 왕은 아들 솔로몬에게 왕 직분을 세습했다.

하지만 아들 솔로몬은 이방신을 섬기므로 범죄해 나라가 분열되고 멸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에 전 교수는 세습으로 왕이 된 솔로몬이 하나님께 심판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와는 대조적으로 바람직한 지도력 이양이라고 보이는 예는 모두 혈연에 기초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모세와 여호수아의 권력이양을 들었다.

그는 성경에 기록됐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야 하는 규범은 아니라며 “궁극적으로 성경 전체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의도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세습 목회자들이 주장하는 ‘적법한 절차’에 대해서도 나봇의 재판을 예로 들어 증인이 있을지라도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세습을 시도하는 목회자들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정치, 행정적으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세습이 아닌 청빙의 모습을 갖춘다. 하지만 이러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해서 청빙이 아닌 세습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는 “구약성경에서 교회세습의 근거를 찾을 수 없으며 오히려 성경은 세습을 반대하고 있다”며 “교회세습은 목회자가 왕의 자리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은 하나님이 왕 되심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학술심포지엄에는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교회사학과 배덕만 교수가 ‘교회세습에 대한 역사신학적 고찰’을 통해 지난 40년 동안 한국교회에서 행해진 교회세습에 대해 조사‧분석한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또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장로회신학대학교 현요한 교수가, 기독교윤리학적 시각에서는 감리교신학대학교 유경동 교수가, 사회학으로는 연세대학교 박영신 명예교수가 각각 나서 교회세습 문제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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