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이렇게 하여 무려 8만 자에 이르는 한글이 담긴 한반도 평화통일 대장정의 <우리는 하나>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는 어쩌면 몽고의 침략을 받은 고려가 국난을 극복하고자 팔만대장경을 만든 것처럼, 한한국 역시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염원 오로지 그 한 가지를 위해 뛰어든 일이었다.

2002년에 시작된 이 작업은 200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다. 그간의 고통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몇 년을 하루 몇 시간씩만 자면서 작업에 매달리다 보니 제일 먼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여보, 당신 무릎에서 피가 흐르고 있어요.”

아내의 비명에 놀라 무릎을 보니 이게 웬일인가, 무릎 아래 두툼하게 깔아 놓았던 수건 위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앗, 하마터면 작품을 버릴 뻔했잖아!”

그 순간에도 한한국은 무릎의 상처보다 작품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몇 년째 작업해 온 작품이 핏물로 얼룩진다면 그보다 더한 큰일이 없다. 그가 그려 나가고 있는 한글 세계평화지도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작은 붓글씨라, 엎드린 채로 무릎을 굽혀야만 쓸 수 있다.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인 동시에 세계와 한국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 수천 번 수만 번 엎드려 기원하고 있는 셈이다. 한한국은 이런 자세와 정신으로 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참아가면서 20년 넘게 자신의 작품들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그가 작업하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질 것이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자신을 낮추고 엎드려 기원하면서 사명에 몰두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가?’라고.

한한국은 8만 자의 한글을 한 글자씩 엎드려 써 내려가면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제발 이 평화지도 속에 남·북 7천만 겨레의 통일에 대한 염원과 분단의 아픔이 녹아들어, 이를 치유할 수 있게 해주소서!”

고행의 연속이었던 이 작업을 하던 중 그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남·북 시인들의 작품을 쓸 때는 시인들이 간절한 목소리로 읊는 시낭송 소리가 들렸고, 남·북 이산가족의 수기공모 당선작을 쓸 때는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사연이 통곡이 되어 그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때문에 한한국은 몇 날 며칠을 소리 내어 울기도 하고 소리 없이 흐느끼기도 하면서, 더 절절한 마음으로 글씨를 써 내려갔던 것이다. 이런 그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와 아들까지 그를 따라 함께 눈물을 흘리곤 했다.

한한국· 이은집 공저

▲ (한글)러시아 평화지도 World Peace Map- Russia 1994~2013 (약 1년) ●제작목적: 세계평화와 러시아의 평화를 위한 ●작품크기: 2m50cm X 2m ●서체: 한한국평화체 ●작품내용: 러시아의 문화역사, 평화의 시, 성경말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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