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현 오양절면 대표이사

▲ 석정현 오양절면 대표이사ⓒ천지일보(뉴스천지)

오양절면 통해 One for one 기부방식 실현 기뻐
색다른 아이디어로 사회에 도움 주고자 늘 고민
나노갈매기·클럽 드럼통 음식점 함께 운영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자리 잡은 한 음식점. 범상치 않은 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이름 하여 ‘오양절면’.

조선시대 최고(最古)의 조리서인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에 보면 ‘절면(切麵)’이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바로 절면은 칼국수의 옛말이다.

석정현(40) 대표이사가 운영하는 식당의 이름이자 대표 메뉴인 오양절면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5가지 곡물로 숙성시킨 면과 신선한 해산물, 신안 천일염이 어우러진 즉석 칼국수다. 밀에 대한 거부함을 해소시키고자 뽕잎, 시금치, 들깨, 검은깨로 가루를 내서 밀가루에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 칼국수와는 다른 맛을 낸다.

석 대표는 밀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을 웰빙으로 풀어가고자 이같이 오양절면을 개발했고, 이름도 색다르게 부여했다. 그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정예멤버 4명과 뭉쳐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파스타같이 즐기는 분위기로, 똑같은 칼국수지만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보자는 게 그와, 또 함께 뭉친 멤버들의 생각이었다. 오양절면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기본적인 콘셉트에 그들만의 독특한 것을 가미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석 대표는 말한다.

식당은 작년 11월 개업했다. 이제 갓 음식점에 발을 들여놓은 초짜사장 같아 보이지만 사실 석 대표는 오양절면 음식점 외에도 고깃집을 2개 더 운영하고 있다. 걸어서 얼마 안 되는 곳 근처에 나노갈매기, 그리고 강원도 춘천 효자동(강원대 후문)에 ‘서서 갈비’라는 콘셉트로 ‘클럽 드럼통’이라는 이름의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클럽 드럼통은 기존 것과는 다른, 좀 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클럽 분위기 속에 고기를 즐기고자 한 것이 콘셉트”라며 “‘누가 고기 먹으며 춤을 추면 안 된다고 했던가. 부킹하면 안 된다고 했던가’라는 생각에 기초해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드럼통을 식탁 겸 연탄화로로 사용해 낮에는 부담 없이 보통 고깃집처럼 즐기고, 밤에는 클럽 같은 느낌으로 일어선 채로도 고기를 구워먹는다. 클럽 드럼통도 오양절면과 비슷한 시기에 오픈했는데, 사실 클럽 드럼통 가게는 나노갈매기 체인점으로 운영하다가 간판을 바꾼 사연이 있었다.

석 대표는 2009년 아는 선배를 통해 나노갈매기를 접했고, 먹어보니 괜찮아서 체인점 2호점을 직접 현 도곡동 자리에 냈고, 체인점 이사로 일하며 체인점을 20개에서 70개로 늘려나갔다. 춘천에는 그가 강원대학교(환경공학 전공)에 다니던 시절, 대학가 먹자골목에 음식점을 차려보고 싶었던 작은 꿈이 있었기에 첫 체인점을 낸 이래 1년 만인 2010년 체인점을 직접 또 낸 것이다. 그는 “당시에는 대학가에 차리면 크게 부자가 될 줄 알았었는데, 막상 해보니 별거 없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춘천에서는 나노갈매기가 독점이나 다름없었기에 장사가 매우 잘 됐다. 그러다보니 주변 곳곳에서 나노갈매기로 업종을 바꾸는 일이 생겨났고, 근처 일대가 갈매기골목으로 형성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쯤 되자 나노갈매기의 원조 격이었던 그가 업종을 바꾸게 된다. 나노갈매기가 아닌 돼지갈비로. 평범한 것을 싫어하는 것이 천성이었는지, 서서 먹는 갈비 곧 클럽 드럼통을 창안해 냈다. 남들과는 같은 것이 아닌 다른 기발한 것을 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엉뚱한 모험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나노갈매기 체인점 이사로 일하면서 폐단을 보게 된 것도 한몫했다. 그는 유통이나 물류 등의 기본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다보니 수익구조가 올바르게 나오지 않았고, 결국 싼 식자재를 쓰게 되는 등의 문제점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그가 기발한 콘텐츠로 음식점 영업소를 늘리는 등 열을 올리는 이유가 궁금한데, 석 대표는 “특별히 음식점을 고집하진 않는다. 기발한 아이템만 있으면 다른 사업도 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음식점의 장점은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실험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실패해도 크게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에 따지지 않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환경공학과를 졸업한 뒤 부동산대학원을 나와 경공매를 전공했다. 부동산 중개업도 해봤고, 주식도 해봤다. 그러나 직업으로 갖기에는 무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투자자의 길을 생각하게 됐고, 결국 중앙대 외식경영과정을 수료함으로써 음식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가 3개 음식점 중에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곳은 오양절면이다. 이유는 그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대일 기부공식(One for one)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라는 것. 석 대표는 미국의 신발업체인 탐스슈즈의 ‘원포원’ 방법을 접하게 되면서 요식업에 접목하고자 했지만 원가가 고정돼 있어 늘 고민했다. 탐스슈즈는 고객이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한 켤레 신발을 맨발로 다니는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의 기부를 하고 있다.

석 대표 그도 오양절면에서 고객이 1인분을 먹을 때마다 1인분을 기아 아동에게 전달하는 원포원 기부방식을 약속, 현재 이를 시행하고 있다. 원재료가 저렴한 음식을 활용하면 가능하겠다 싶어 칼국수를 생각하게 됐고, 평범한 것을 싫어하는 그와 동료들이 실패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오양절면을 비롯해 볶음절면, 오양이합(홍어무침+녹두전), 오양홍합탕 등의 메뉴를 개발했다. 고객에겐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선사하는 동시에 굶주리는 타국 아이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메뉴인 셈이다.

그는 나노갈매기를 통해서도 5명을 후원하고 있지만, 오양절면보단 적극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언제쯤 해볼 수 있을까 했는데 빨리 그 기회가 온 것에 대해 늘 감사함을 느낀다는 그는 나중에는 자신만의 파격적인 기부 방식도 생각 중이다.

이런 석 대표가 대학교 시절 자살까지도 생각했다는 의외의 말을 내놨다. 어릴 적부터 의미 없는 삶을 비관했고, 매번 자살 충동을 느끼다가 어느 날 술에 취해 자살을 이행할 뻔했다.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정신이 깨어보니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 그 이후론 덤으로 산다는 생각으로 신나고 재미있는 마음가짐으로 살게 됐다.

그는 “사업이 단지 돈만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자 원포원을 하게 됐고, 사회에 도움을 준다는 그런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는 게 요즘 살아가는 재미라고 말한다.

원포원 기부방식을 통해 쌓이게 되는 적립금은 몇 개월 단위로 그 적립금액을 회사 이벤트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기부단체에 전해주는 것보단 직접 아프리카 땅에 가서 전달해주고 올 의향도 갖고 있다. 그는 “가족에게는 소홀했지만, 딸에게는 ‘아빠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작은 소망이자 이 사업을 하는 목적이라 덧붙였다.

늘 색다른 아이디어를 연구해 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고민하는 투자자 석정현 대표. 그의 사업이 어떤 결실을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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