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한한국은 그날부터 오로지 <우리는 하나>의 구상에만 매달렸다.

우선 7m 초대작인 한반도에 들어갈 글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그 내용도 문제지만 그 분량 또한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한다. 가령 한반도와 제주도를 그리고 울릉도와 독도를 마지막으로 그린다면 그 비율에 따라 글자 수를 맞춰야 하는데, 마지막 한 글자까지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단 한 글자라도 모자라거나 넘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쓰다가 중간에 글자가 틀리거나 삐뚤어져서도 안 된다. 이렇듯 어떠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세밀한 작업이기에, 이 ‘한반도 평화지도’만큼은 신(神)이 허락하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최대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한한국은 눈을 가리고 글씨 쓰는 연습부터 했다.

이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윤 시인이 물었다.

“여보, 올림픽에서 항상 금메달을 쓸어오는 우리나라 양궁선수들도 당신처럼 눈을 가리고 활 쏘는 연습을 할까요?”

“글쎄……. 언젠가 양궁 선수들이 시력 강화 훈련을 위해 한쪽 눈에 안대를 매고 다녔다는 기사는 본 것 같은데.”

피나는 연습 덕분이었을까. 자나 깨나 눈을 감고 한글 쓰기에 매진한 결과, 이제는 정말로 눈을 감고도 가로세로 1㎝ 크기의 글자를 똑같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새로운 글자체의 개발이었다.

한석봉의 후예인 한한국이었지만, 명필 한석봉의 서체가 따로 있고 김정호의 추사체가 따로 있지 않은가. 한한국 역시 기존의 어느 서체와도 구별되는 그만의 독특한 서체가 필요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개발해 낸 것이 평화체, 화합체, 통일체, 나눔체, 희망체, 행복체 등의 여섯 가지 서체였다.

이처럼 차근차근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고 작업에 필요한 갖가지 준비사항을 갖춘 후 막상 작업에 들어가자니, 언제나처럼 쓸 내용이 문제였다.

“윤 시인, 도와줄 일이 생겼어요. 지금 구상한 7m 대작을 하자면 엄청난 분량의 글이 들어가야 하는데, 어떤 내용으로 채우면 좋을지 생각 좀 해봐요.”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윤 시인이 A4 용지에 쓴 자신의 시를 건네며 말했다.

“이번 작품은 남·북이 하나 되는 것이니, 남·북한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 작품을 담으면 어떨까요?”

“그것 참 좋은 생각이오. 마침 대한적십자사에서도 이산가족 수기공모를 했다고 하니 그 당선작들도 넣으면 좋을 것 같지 않소?”

“네, 그래도 부족하면 대한민국 각계각층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글과 시들을 모아 봐요.”

한한국·이은집 공저

▲ (한글)독일 평화지도 World Peace Map- Germany 1994~2013 (약 1년) •제작목적: 세계평화와 독일의 평화를 위한 •작품크기: 2m50cm X 2m •서체: 한한국평화체 •작품내용: 독일의 문화역사, 성경말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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