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송혜교 립스틱’ 열풍을 만들어낸 드라마의 한 장면과 지난해 방송 3사 PPL 매출 규모 (사진 및 자료 제공: 아모레퍼시픽,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지난주 방영을 시작한 한 드라마에 등장한 립스틱이 ‘품절’ 사태를 빚었다. 립스틱을 바르는 여주인공의 섬세한 연기력이 관심을 모으는 동시에, 해당 제품이 인기검색어에 오르며 2~3일간 전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것.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주인공이 사용한 2가지 컬러는 판매량이 평소보다 4~5배가량 뛰었다.

성공적인 경우 이처럼 확실한 광고 효과를 내다 보니 ‘PPL(Product Placement)’ 광고에 기업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PPL이란 영화나 드라마 스토리가 전개될 때 자사의 제품을 등장시켜 브랜드 이미지가 시청자에게 각인되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이다. 부지불식간에 제품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어 실제로 인지도 상승이나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PPL 광고는 지난 2010년 5월 처음 합법화됐으며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 3사의 PPL 매출액은 KBS 56억, MBC 87억 5000만 원, SBS가 119억 원에 달했다. MBC는 장기간 파업의 영향으로 전년 100억 원을 넘겼던 액수가 크게 감소했지만, KBS와 SBS는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매출 1위 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으로, 아웃도어를 비롯한 각종 제품이 인기스타들과 함께 등장하며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PPL 광고에 등장하는 제품은 식품, 자동차, 핸드폰, 의류, 화장품, 카페, 영어교재 등 다양하다. 카페 망고식스의 경우 지난해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이어 올해 ‘7급 공무원’으로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고, 한국야쿠르트는 ‘K팝스타’ 롯데칠성음료는 ‘안녕하세요’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야외촬영이 많은 프로그램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 업계도 국내·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PPL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통해 스포츠카를 어필한 BMW를 비롯, ‘아이리스’ 1·2 편으로 K시리즈 홍보효과를 노리는 기아차가 대표적이다.

PPL의 금액을 책정하는 기준은 시청률이다. 보통 편당 1000만 원이 넘게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TV CF 제작에 최소 3~4억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저렴한 방책이다.

단, 모든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따른다. kobaco에 따르면 PPL 계약은 크게 사전판매와 중도판매로 나뉘는데, 사전판매는 시청률이 낮을 경우를 대비해 할인율이 큰 편이다. 주인공의 직업과 관련돼 미리 설정이 필요한 브랜드, 극 중 배경으로 등장하는 회사 등이 해당한다. 시청률이 높아지며 인기를 끌 경우 중도판매를 통해 일시적인 노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PPL 광고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성숙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달에는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 도를 넘은 PPL 노출로 방통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사와 방송사간의 수익배분 문제가 원활치 않은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PPL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방송사와 달리 외주사는 ‘협찬’을 통해서만 비용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품에 지나치게 잦은 광고 노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kobaco 관계자는 “해결책으로 PPL과 협찬의 통합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제작자는 시청자를 고려한 적당한 노출수위를 지키고 시청자는 주체적으로 정보를 해석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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