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현 목사가 지난 10일 사랑의교회 주일예배에서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로 사임 협박받았다” 주장
고직한 선교사 “협박한 적 없어… 사실 왜곡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해명하고 나섰다.

오 목사는 10일 주일예배 설교에 앞서 준비한 서신을 꺼내 교인들을 향해 읽어 내려갔다. 그는 “지난 주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간 저에 관한 글을 읽고 많은 성도가 큰 충격을 받았다”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먼저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논문 표절 논란과 관련해 “18년 전 남가주 사랑의교회 담임시절 안식년을 얻어 온 식구와 함께 남아공에 가서 남가주 사랑의교회에서의 제자훈련 목회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며 “작성 과정 중 참고 문헌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일부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11일 논평을 내고 오정현 목사의 주장을 지지했다. 교회언론회는 오 목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을 주장한 사랑의교회 당회TF팀 권영준 조사위원장과 일부 언론을 향해 오 목사와 한국교회를 깎아내리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교회언론회는 객관적인 사실 확인이 부족했다며 남아공의 포체스트룸대학이 표절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교회언론회는 “남아공의 포체스트룸(Potchefstroom, 현재는 사우스-웨스트 유니버시티)대학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한 결과 오 목사의 연구에서 사용한 인용구를 의도적으로 빠트린 것이 아니며 윌킨스의 연구 결과를 의도적으로 본인의 연구결과인 것처럼 제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11일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처음에 이같이 발표했던 남아공 포체스트룸대학은 현재 태도를 바꾼 상태다. 이 대학은 권 위원장의 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논문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논문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포체스트룸대학의 학위 승인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김경열 선교사는 남아공 대학 풍토로 볼 때 오 목사의 논문은 승인될 수 없을 만큼 심한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김 선교사는 남아공 현지에서 목회자를 가르치고 노숙자와 어린이를 위해 봉사하는 등 현지 대학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논문 표절이 사실로 인정되면 포체스트룸대학의 위상에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오 목사는 논문 표절 문제로 사임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이 문제(박사 논문 표절)를 제기한 분이 ‘건축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것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 논문 문제는 덮겠다’며 ‘48시간 이내에 사임하지 않으면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오 목사가 건축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하지 않는다면 논문 표절 의혹을 터트리겠다며 협박을 당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오 목사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반박이 즉각 터져 나왔다. 오 목사에게 권영준 장로와 함께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고직한 선교사는 10일 낮 예배 후 즉각 자신의 티스토리 블로그에 반박 글을 올렸다. 그는 “너무 기가 막힌다”며 “자신(오정현 목사)을 위해서 배려한 제안을 왜곡해서 자신이 희생양인 것처럼 말했다”며 “이는 교인들을 유린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고 선교사의 주장에 따르면 권 장로 등이 오 목사에게 사임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다. 건축 문제 등의 이유로 사임을 제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논문 표절 의혹을 이용해 건축 문제에 따른 사임을 종용한 것은 아니다. 권 장로 등은 논문 표절 문제가 건축 문제보다는 윤리적으로 오 목사에게 더 치명타라고 판단했다. 이에 오 목사에게 사임 후 재기 여지를 남겨주기 위해 차라리 건축 문제를 이유로 내세워 사임하라고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고 선교사는 이에 따라 논문 표절 문제가 수면 아래로 사라질 뻔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욕을 먹고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오 목사와 사랑의교회, 한국교회가 교회를 파괴하는 세력들에 의해서 악용당할 빌미를 제공치 말자는 동기가 컸다”고 해명했다.

이에 오 목사가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를 이용해 오히려 자신의 논문 표절 의혹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반박도 나왔다. 고직한 선교사는 “오 목사가 교묘한 어법을 썼다”며 “파편적인 진실로 예배 참석자들의 위로를 받아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오 목사는 당회가 대책위를 구성해 진지하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 목사는 이날 논문 표절과 관련한 입장 발표를 마무리하며 논문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보다는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로 화두를 돌렸다. 그는 “사랑의교회는 여러 난관과 의혹을 극복하며 올 9월 새 예배당 완공을 앞두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 가능한 한 대외 사역을 내려놓고 말씀 사역과 목양 그리고 건축 마무리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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