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에서 즐겼던 대표 절식인 떡국(왼쪽 위)과 ‘신선로’로도 불리는 열구자탕(오른쪽, 아래). (사진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사진)

떡국, 새해 시작의 의미 담아 챙겨 먹어
열구자탕, 산해진미 영양소를 한그릇에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명절과 춘하추동 사계절에 나는 재료들로 음식을 즐겨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특히 궁에서는 계절에 처음 난 음식재료를 종묘에 천신(薦新)하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에 그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왕에게 올리므로 자연스럽게 명절 음식과 계절 음식이 발달했다.

궁에서는 일 년 내내 행사가 끊이지 않았다. 연례행사로는 정월, 단오, 추석, 동지 등의 명절과 궁내 왕족들의 생일을 비롯해 궁 밖에 사는 종친들의 탄일 등 대소 잔치가 잦았다.

이러한 연례행사를 앞두고 각 고을에서 들어오는 진상품은 수락간 주방상궁과 대령숙수들의 손에 의해 최고의 요리로 탄생했다. 이것이 궁중 음식을 ‘한국 음식의 정수(精秀)’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선조들은 명절에 해먹는 음식을 ‘절식’으로, 계절에 맞춘 음식을 ‘시식’으로 구분했다. 궁에서도 이를 구분해 시절 음식을 즐겼다. 예부터 전해 온 고유 명절 설을 맞아 궁에서도 즐겼던 대표 절식 ‘떡국’과 ‘열구자탕’을 알아보자.

◆새해에 즐기는 별미 ‘떡국’

‘떡국’은 지금도 설이 되면 즐겨 먹는 절식이다. 떡국은 어슷썰기한 가래떡이 주요 재료다. 지금은 기계로 많은 양을 뽑아내지만, 전통 방식의 가래떡은 멥쌀 찐 것을 떡메로 친 후 손으로 길게 늘여 굳힌 것이다. 이 흰 가래떡을 썰어서 맑은장국에 넣고 끓인 음식이 바로 떡국이며, 우리나라는 ‘정조차례(正朝茶禮, 새해 첫 행사)’ 때 세찬(歲饌)으로 해 먹었다.

떡국의 유래에 대해서는 옛 문헌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때를 알 수 없다. 다만, 육당 최남선(崔南善)이 1946년에 쓴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에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상고시대의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飮福) 음식에서 유래됐다’고 기록됐다. 이는 떡을 주식으로 먹던 때의 관습이 이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떡국에 관한 유래를 살펴볼 수 있는 문헌으로 ‘동국세시기’와 ‘열양세시기’가 전해온다. 이들 책에는 ‘떡국은 정조차례와 세찬에 없으면 안 될 음식이다. 설날 아침에 반드시 먹었으며, 손님이 오면 대접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구를 이용한 요리 ‘열구자탕’

‘신선로’라는 그릇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 열구자탕은 쇠로 된 화통이 달린 냄비(구자)에 여러 가지 어육(魚肉)과 각종 색을 내는 채소를 보기 좋게 넣고, 각종 마른 과일들을 장식해 육수를 붓고 끓이면서 먹는 탕 요리다.

탕 이름으로는 신선로, 열구자탕(悅口子湯), 탕구자(湯口子), 열구자(悅口子) 등으로 불리며, 대표적인 궁중음식일 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요리로 꼽힌다.

요리 명칭에 대해서는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에도 기록돼 있다. 내용은 “연산군 시대에 정희량(鄭希良)이란 선비가 세속을 떠나 산중에 은거하던 때 화통이 달린 냄비에 여러 가지를 모아 끓여 먹었으므로, 그 선비의 생활이 마치 신선과 같아 음식을 ‘신선로’라 했다”는 것이다.

열구자탕은 궁중과 반가의 잔치에서 여러 가지 음식이 모두 갖춰졌을 때 신선로를 이용해 요리할 수 있다. 중국의 훠궈르(火鍋兒)란 냄비가 수입되면서 그 그릇의 쓰임새를 잘 활용해 한국의 최고 음식으로 발전했다.

맹자가 ‘오히려 추환이 나의 입을 즐겁게 한다(猶芻豢之悅俄於口)’라고 한 말에서 ‘열구(悅口)’는 ‘음식이 입에 맞는다’는 뜻이고, 그 말을 본떠 탄생한 열구자탕은 ‘입에 맞는 맛있는 국’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모든 산해진미를 한 그릇에 담아 꾸미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맛과 영양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음식으로 잘 알려졌는데, 온갖 음식을 한 그릇에 축약해 담았다는 것 외에도 특이한 그릇 모양으로 잔칫상을 마무리 짓고 입체감을 주는 역할도 했다.

이로써 신선로 즉, 열구자탕은 색다른 형태와 맛 그리고 높은 영양가로써 한국 음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현대인들이 즐겨 먹는 전골요리의 효시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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