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이 주최하는 ‘설맞이 나눔봉사-6·25 참전유공자 함께하기’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직접 쓴 편지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추협-대학생, 설 앞두고 6·25 참전유공자 집 방문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자, 이제 각자 쓴 엽서와 옆에 준비된 설 선물을 들고 어르신들을 찾아뵈면 돼요. 잘할 수 있죠?.”

6일 오전 11시 대학생 20여 명이 6·25 참전유공자에게 전할 편지와 돼지고기, 김을 들고 서울 종로구 교남동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사무실을 삼삼오오 빠져나갔다.

인추협은 이날 대학생들과 함께 ‘설맞이 나눔봉사-6·25 참전유공자 함께하기’ 행사를 펼쳤다. 학생들은 직접 쓴 편지와 설 선물을 들고 서울 성북구 성북동, 종로구 숭인동, 창신동으로 향했다. 이날 행사는 인추협이 해오고 있는 ‘6·25 참전유공자 돌봄사업’의 연장선으로 진행됐다. 설 선물은 하나은행과 한돈연구회 등이 후원했다.

고진광 인추협 대표는 “봉사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한 번 찾아간 곳이라고 해서 방문을 안 한다면 형식적인 봉사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오늘 방문하는 곳도 예전에 집수리해준 곳들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현장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모니터링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 창신동에 있는 6.25참전용사 천창복(86, 남)씨와 나옥순(75, 여) 씨 집을 방문했다. 천 씨 부부는 이들을 손자, 손녀 대하듯 반갑게 맞이했다. 천 씨 부부가 사는 방 한 칸은 순식간에 발 디딜 틈도 없어졌다.

이들 부부의 한 달 수입은 나 씨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번 돈과 참전용사 명예수당을 합해 몇십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나 씨가 일을 쉬는 3개월 동안은 참전용사 명예수당이 이들 부부의 수입 전부다.

인추협은 지붕이 침대와 맞닿을 정도로 내려앉아 불안해 잠을 잘 수 없다는 천 씨 부부의 사정을 듣고 이 집을 수리해준 바 있다.

나 씨는 “이제 천장이 내려앉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놓인다”면서 “이번에도 잊지 않고 찾아와줘서 고맙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와줘서 기쁘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각자 쓴 엽서와 설 선물을 천 씨 부부에게 건네고 세배도 했다. 천 씨는 학생들의 방문에 벽에 걸려있던 액자 속 사진을 가리키며 젊은 시절 얘기를 들려줬다.

방문한 어르신 집을 일일이 핸드폰 카메라에 담던 대학생 권서현(21,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씨는 “유공자 예우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원금도 적고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니 울컥했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판자촌에 사는 이옥형(94, 여) 씨와 김봉순(76, 여) 씨의 집도 방문했다. 김 씨도 이들의 뜻밖의 방문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손을 일일이 잡아줬다. 김 씨는 봉지를 끌러 과자를 나눠주고 흥에 겨워 노랫가락을 뽑기도 했다.

이날 봉사는 늦은 오후가 돼서야 끝났다.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돌린 공지영(24, 여,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씨는 “중·고등학교 때는 점수 때문에 봉사활동을 했다. 오늘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방문하면서 ‘이런 게 봉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이런 기회가 나뿐 아니라 대학생들에게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예진(22, 여) 씨도 “엽서 작성하는 게 어려웠는데 할머니께서 기쁘게 받아주셔서 좋았다. 또 대학생으로서 판자촌에 와볼 기회가 적은데 이렇게 봉사하러 올 수 있어 값진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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