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키운다더니 오히려 사업성에 문제제기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제4 이동통신사업자 출범이 네 번째 무산됐다. 이로써 ‘제4 이동통신사업자’를 출현시켜 시장 경쟁을 유도, 통신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반복되는 도전과 탈락에 업계는 실망감을 드러내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와이브로 육성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신청사업자들의 재무능력 등을 이유로 기간통신사업을 수행하기 미흡하다고 판단, 모두 탈락시키기로 의결했다.

방통위가 꾸린 심사위원단이 사업허가를 신청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의 사업계획서를 심사한 결과 KMI는 총점 64.210점, IST는 63.558점을 얻었다. 총점에서 허가 기준점수인 70점에 미달한 것이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허가신청 법인별 심사결과. (자료제공: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석제범 국장은 “두 사업자 모두 영업부문에서 시장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업전략을 제시했다”며 “또한 주주들의 출자금 납입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방통위의 이런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가 와이브로를 육성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며 심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양승택 IST 대표는 “지난번 탈락 원인이 재정능력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업에 필요한 총 투자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의 출자 약속을 받아서 서류를 제출했다”며 “그럼에도 자본동원력과 자본주주 구성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자본 출자를 약속한 회사들은 뉴욕 증시, 홍콩 증시 등에 상장된 회사들인데 이 회사들의 재정능력을 못 믿으면 무엇을 믿겠다는 것인가”라며 “애초 허가해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청문심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와이브로 산업을 육성하겠다던 것과 달리 심사위원들이 오히려 와이브로가 사업성도 없고 기술구현 능력도 없다며 설득까지 했다”면서 “와이브로 사업을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참여자 역시 “민간은 정부의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왜 국민에게 하는 말과 실질적 행동이 다르냐”며 “국민에게는 시장성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정작 심사 때는 ‘와이브로는 시장성이 없다며, 시장전망이 이게 맞느냐’고 반문하는 사람 앞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냐”고 토로했다.

KMI 측 역시 “정부가 와이브로산업을 키운다는 정책취지에 따라 추진한 제4 이통사업인데 오히려 심사과정에서 와이브로 기술 구현이 어렵다는 점을 집중 지적했다”며 “정부가 와이브로 정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은 방통위 상임위원들 사이에서도 제기됐다. 이날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양문석 상임위원은 “(정책당국이)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으니 사업자들이 막연한 기대를 하고 계속 소모적인 사업허가신청만하고 있는 것”이라며 “와이브로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석 국장은 “사업자가 선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와이브로를 포기한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하지만 와이브로에 대한 종합검토 및 명확한 입장 견지에 대한 부분은 사무국도 공감하고 있으며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 2010년부터 치러진 제4이동통신 사업자 신청과 심사결과. (자료제공: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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