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시황제의 죽음으로 후계자 문제를 놓고 조고의 끈질긴 설득에 승복한 승상 이사는 조고, 호해와 서로 모의하여 왕자 호해를 황태자로 옹립한다는 허위 조칙을 공포하게 된다. 그들은 다시 변방에 있는 큰아들 부소에게도 황제의 허위 조서를 발송한다.

‘짐은 천하를 돌아다니며 명산 제신에게 제사를 지내 장수를 빌고 있다. 그런데 부소는 몽염과 더불어 수십만의 대군을 이끌고 변경에 머물기 십여 년,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수많은 병사를 잃었을 뿐 털끝만한 공조차 세운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번히 글을 보내어 짐이 하는 나랏일에 비방을 일삼아 왔다. 게다가 궁성에 돌아와 태자로 책봉되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다하여 밤낮으로 짐을 원망한다고 들린다. 너는 아비의 자식으로 불효 막심이다. 이에 하사하는 칼로 자결하여라. 또한 장군 몽염은 부소와 함께 지내면서도 그를 바로 보필하지 못했다. 그 음모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거니와 신하로서의 불충을 저지른 것이다. 따라서 자결을 명한다. 군대의 지휘는 부장 왕이에게 위임할지어다.’

이 조서는 호해의 가까운 식객을 사자로 보내 상군에 있는 부소에게 전달되었다. 조서를 받아든 부소는 울음을 터뜨리며 안으로 달려 들어가 그 자리에서 당장 자결을 도모하려고 했다. 그 광경을 목격한 몽염이 달려들어 그의 손을 잡아 눌렀다.

“황제께서는 현재 도성에 계시지 않으며 또한 태자를 결정하신 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폐하께서는 저에게 삼십만 명의 대군을 주어 변경을 지키게 하셨고 왕자님을 감독으로 임명하셨습니다. 이렇듯 왕자님은 중책을 맡고 계십니다. 사자가 왔다고 해서 곧 자결을 해 버리다니 될 말입니까? 사자가 가짜가 아니라고 누가 보증합니까? 제발 황제께 한 번 사면을 청해 보십시오. 자결은 그런 뒤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사자는 심상치 않음을 간파하고는 집요하게 자결을 요구했다. 부소가 행동은 거칠었으나 성품은 착했다.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죽음을 명령하신 것이오. 이제 와서 소명을 청하다니 부당한 얘기요.”
이 말을 몽염에게 남긴 부소는 그 자리에서 자결하고 말았다. 그러나 몽염은 자결하기를 거절했다. 사자는 그를 관리에게 인계하여 양주의 감옥에 가두고 돌아와 사건의 경위를 호해, 이사, 조고에게 보고했다. 세 사람은 크게 기뻐하고 함양으로 돌아와 비로소 시황제의 죽음을 공포하였다.

그해 9월에 시황제의 유해를 역산에 장사 지냈다. 역산은 시황제의 즉위 때부터 묘지로 결정되어 공사가 시작된 곳으로 그가 천하통일 이후에도 사형수 60여만 명을 동원하여 공사를 계속했었다.

땅 속 깊이 3층의 수맥을 파고 들어간 곳에 묘실을 설치했고 관은 두껍게 깐 동판 위에 설치되었다. 묘실 안에는 궁전을 만들고 제관의 자리도 마련해 놓았다. 또한 궁중의 보물 창고에서 진기한 보물을 날라다가 그 속에 진열하고 이를 훔치려는 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자동 발사 장치로 된 활을 설치하고 침입자가 있을 경우에 바로 발사되게 만들었다. 또한 수은을 이용하여 백천, 강과 대해를 만들어 기계 장치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그 수은의 줄기가 돌아 흐르도록 했다. 천정에는 천문을, 바닥에는 지리를 그려 넣었다. 묘실을 밝히는 불의 연료로는 오래 꺼지지 말라는 뜻으로 인어의 기름을 사용했다.

2세 황제가 된 호해는, “선왕의 후궁 가운데는 아이를 낳지 않은 여인들이 많다. 이들을 그대로 궁에서 내보낼 수는 없다” 하여 모조리 자결을 명령했다.

어떤 자가 나서서 호해에게 건의를 했다. “기술자들은 기계를 만들었고 보물은 매장되었습니다. 이 중대한 사실이 만에 하나라도 세상에 알려지면 큰일입니다.”

그 말을 들은 호해는 진시황제의 유해가 매장된 후 묘도의 중간 문을 닫을 때 바깥문도 닫아 버려 기술자들은 한 사람도 빠져 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 갇혀서 지옥 같은 생죽음을 당하였다. 묘지에는 초목을 심어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산과 다름이 없도록 위장을 해 놓았다.

호해 황제 원년이 되었다. 황제의 나이 갓 스물한 살이었다. 조고는 낭중령으로 승진하여 황제의 측근이 되어 신임을 독차지하고 나라의 국정 전반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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