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회 ‘쇄신·재창설·초심으로 돌아가자’ 깊은 고민의 해답
초기 수녀들의 삶과 영성에서 찾아 

▲ 홍세안 신부가 ‘19세기 프랑스 교회와 영성’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천지

“한국의 수녀회 모든 회원들이 첫 선교사 수녀들이 물려준 영적유산을 재조명해 봄으로써 수도회의 기원과 한국설립 초기 선교사 수녀들의 역동성을 새롭게 인지하고 오늘 이 시대의 하느님의 부르심에 새롭게 응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국교회 최초의 수도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한국 설립 1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22일 명동대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열린 가운데 김영희(서울관구장) 수녀는 참석자들에게 이 같은 바람을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수도회 한국설립 120주년을 기념하며 초기 선교사 수녀들의 삶과 영성을 조명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 참석 수녀들은 질문과 함께 깊은 관심을 보였다. ⓒ뉴스천지

수녀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조현범(한국교회사연구소) 박사의 ‘19세기 프랑스 종교·사상사적 배경,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주제발표가 시작됐다.

그는 성 바오로 수녀회가 1888년 조선으로 진출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19세기 프랑스 교회의 전반적인 상황을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조망했다.

이를 통해 초기 수녀들의 개척자적인 정신과 소명의식이 오늘날 우리에게는 어떠한 과제를 부여하는지 곰곰이 묵상해볼 것을 권면했다.

홍세안(파리외방선교회 지부장) 신부는 ‘19세기 프랑스 교회와 영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당시 신앙생활이 영성적으로 풍요로웠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교회 전체는 사회 변화의 깊이를 의식하지 못했고, 새롭게 대두되는 과제들에 부응할 줄 몰랐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이에 정신철(인천교구 성소국장) 신부는 논평을 통해 “19세기 프랑스 교회가 과거와는 다른 실천적 영성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교회가 사회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었다고 말한 부분과 관련 “교회 일부분에서 움직였던 많은 실천적 움직임의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상기시켰다.

초기 선교사 수녀들의 삶과 영성에 대해 조명한 송종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녀는 초기 수녀들의 삶을 “역동적인 성령의 역사를 느끼게 하는 삶”이었다고 평했다.

특히, 송 수녀는 “우리는 자주 쇄신, 재창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해왔다”며 “이는 이대로 가다간 큰일이라는 위험신호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송종례 수녀가 ‘초기(1888~1911) 선교사 수녀들의 삶과 영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뉴스천지
송 수녀는 이어 그 대안으로 신학자들이나 비전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조언을 듣거나 많은 강의를 들어왔지만 강의의 감동이 늘 그것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도 그 까닭은 강의를 듣는 그 순간의 짧은 공감대는 형성되었으나 우리의 피, 우리의 정신에 흐르는 연결점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데서 이유를 찾았다.

이들이 초기 선교사 수녀들의 삶과 영성을 돌아보며 내린 결론의 핵심은 초창기 선교사 수녀들의 삶이 바로 그들이 바라던 ‘쇄신’과 ‘재창설’의 열쇠이고 근간이라는 확신이었다.

송 수녀는 “우리 각자와 수도회의 미래를 위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비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 외에 더 중요한 것이 없다”며 “오늘의 교회와 사회의 필요에 적합하게 응답할 수 있도록 우리 각자가 처한 곳에서 창조적인 쇄신에 앞장서자”고 제안했다.

이 외에도 오규현(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녀가 ‘19세기 후반기 한국사회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한국 설립’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고, 2부 논평 및 토론 시간에는 조청현(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와 서종태(호남교회사연구소) 박사, 옥현진(광주가톨릭대학교) 신부가 나서 각각 논평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국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1888년 7월 22일, 4명의 선교사가 이 땅에 첫발을 디딤으로 시작됐으며, 현재 서울, 대구 양 관구 1000여 명의 수녀들이 170여 곳에서 교육과 의료, 선교, 사회복지 등의 사도직을 통해 민족과 교회에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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