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내가 출가하겠소. 내가 출가하면 사형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 아니겠소.”

싯다르타가 고심 끝에 출가를 결심했다면, 물리적으로도 출가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조성됐다.

당시 싯다르타의 종족인 석가족은 코살라국의 속국이 됐다. 때문에 코살라국은 석가족에 심한 내정 간섭을 했다. 그러던 중 석가족과 인접국인 콜리야족은 로하니강 수리문제를 놓고 심한 분쟁을 겪게 된다. 농업을 주업으로 삼았던 두 종족은 서로 자신의 농토에 물을 대기 위해 상대방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석가족은 혈통 중심으로 족내혼을 지켜왔고, 콜리야족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콜리야족은 석가족을 향해 “친족과 결혼하니 짐승 같다”고 비난했다. 석가족은 콜리야족에게 “짐승이 무서워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산다”며 힐난했다.

석가족은 회의를 열고 콜리야족과 전쟁을 할 것인지 문제를 놓고 논의했다. 이때 싯다르타는 물리적인 전쟁을 하면 안 된다는 비전론(非戰論)을 주장했다. 하지만 전쟁을 원하는 다수에 의해 의견은 묵살됐다. 결국 석가족은 전쟁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여전히 자신의 비전론을 굽히지 않았다.

“결코 전쟁을 해서는 안 돼.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불러일으킬 뿐이야. 협상을 통해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게 좋아. 종족들이 희생을 당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야 해.”

이에 싯다르타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장군은 권위로 싯다르타를 짓눌렀다. 장군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그는 싯다르타에게 군법을 강요했다.

싯다르타는 참전을 하거나, 사형 또는 추방, 집안 봉쇄 및 재산 몰수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싯다르타는 고민에 빠졌다.

“전쟁은 결코 참여할 수 없어! 그렇다고 나 때문에 가족들이 불행해지는 것도 볼 수가 없구나!”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겠다고 다짐하고 사형 또는 추방을 선택했다. 하지만 장군은 왕손인 싯다르타를 처형할 수는 없었다. 추방도 어려웠다. 종주국인 코살라왕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반드시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에 장군은 싯다르타에게 다른 방법을 선택할 것을 종용했다. 싯다르타는 이때 출가를 결심했다. 스스로 출가해 나라를 버린다면 추방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제안은 회의에서 즉시 받아들여졌다. 공교롭게도 이후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 이에 주변에서는 싯다르타의 출가를 만류하고 나섰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내뱉은 말을 지켰다. 출가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을 뒤로 하고 싯다르타는 제2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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