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불면증은 매우 흔한 수면장애로서 다섯 명 중에 한 명이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고, 여성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보면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을 만큼 고통스럽다. 불면증에 의한 만성적인 수면 박탈은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의 장애뿐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감소시키고, 감염에 대한 저항을 감소시키며, 작업효율을 떨어지게 한다. 따라서 산업재해로 이어지거나 교통사고 발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불면 자체가 심리적으로 고통을 주어 만성 불면증 환자의 상당수가 최소 한두 번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곤 한다. 이렇듯 매우 흔하고 심각한 질병인 불면증을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증을 유발시키는 대표적 질환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수면 무호흡증, 우울증, 하지불안증후군, 야간 간대성 근경련, 약물 남용과 금단 등에서 불면증이 나타난다. 그러나 제일 많은 것은 소위 ‘원발성 불면증’ 혹은 ‘정신생리적 불면증’이다. 이것은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대개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 유발된다. 예컨대 최근에 갑자기 억울한 일을 겪었거나 혹은 큰 걱정거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상당수가 불면증을 경험한다. 그때 환자는 잠이 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의해서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그 결과 불면은 점차 악화되는 악순환 과정을 밟게 된다. 불면증의 치료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점은 수면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즉 올바른 수면을 위한 습관을 갖춤이다.

첫째, 아침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꼭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야 다음날의 불면증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커피 등 카페인 함유 식음료를 끊거나 적어도 오후에는 금한다. 카페인은 대개 12시간까지 체내에 남아 있으므로 불면증이 심한 사람은 오전 11시 이전의 모닝커피 한 잔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셋째, 담배를 줄이거나 끊는다. 담배는 수면을 방해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넷째,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오면 간단한 군것질을 한다. 포만감을 느껴야 잠이 오는 법이다. 다섯째, 침실의 온도, 습도, 조명도, 소음 정도를 적절하게 조절한다. 수면에 적절한 온도는 18~22℃, 습도는 50~60%가 가장 좋은 조건이다. 여섯째, 침실에서는 회사 업무와 같은 골치 아픈 일거리를 벌이지 않는다. 일곱째, 취침 시간이 너무 길면 오히려 불면증에 걸릴 수 있다. 하루 8시간 이상 자지 않도록 한다. 여덟째, 매일 규칙적으로 적절한 양의 운동을 한다. 아홉째, 수면제나 진정제를 장기 복용하지 않는다. 열째, 술을 줄이거나 끊는다. 술을 마시면 당장 잠이 드는 것에는 효과적이지만 중간에 깨기 쉽고 수면의 질을 저하시킨다.

한편, 수면 제한 치료도 해볼 만하다. 불면증의 지속 이유 중 하나는 환자 자신이 불면을 보상하기 위해서 취침시간을 과도하게 길게 잡아 수면의 농도와 효율이 떨어짐에 있다. 따라서 취침 시간을 제한함으로써(예: 종래의 밤 9시부터 아침 7시까지를 새벽 1시부터 아침 6시까지로) 수면의 지속성을 강화하고 부수적으로 ‘잘 자야만 한다.’는 불안을 줄인다. 자극 조절 치료도 있다. 이는 조건화 형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우선 졸릴 때만 취침한다. 침대에서는 수면만을 취하고 독서, TV 시청, 식사는 금한다. 잠이 들지 않으면 일어나 거실로 나와 앉아 있다가, 그곳에서 정말 졸리는 느낌이 들 때만 침실로 가서 취침한다. 그래도 잠이 안 들면 다시 거실로 나와 있다가 졸리면 들어간다. 평소 명상, 요가, 복식호흡 등을 통해 신체를 이완시키는 것도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수면제와 진정제 투약 등의 약물치료는 보조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면증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병이므로 환자 자신이 의사와 상의해서 꾸준히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반드시 비(非)약물적인 요법을 병행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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