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고장나 찬물 샤워해도 자식에겐 미안해 감추신 마음

▲ SBS공채7기 조우용 개그맨
어릴 적 이혼가정에서 자라 키워준 어머니가 따로 계셨고 친어머니는 20살이 되어서야 다시 만났습니다. 병실에서 15년 만에 본 친어머니는 세월의 흔적이 보였고 많이 야위고 쇠약해진 모습이었습니다. 키워주지 못해 미안하고 이렇게 아플 때 찾아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앞에서 왜 버렸냐는 원망은 울음으로 터져 나왔고 그렇게 어머니와 몇 십 년간 못 본 그리움을 달랬습니다.

어머니가 아프시고 혼자이신 환경은 제가 20살에 무작정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이 되겠단 결심에 서울로 올라가 노숙을 하고 이집 저집 옮겨가며 배를 곪음에도 힘을 낼 수 있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SBS공채7기로 개그맨이 되었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더 이상 배고픔이나 추위가 아닌 따뜻한 집에 살며 부모님에게 생활비도 드리고 나도 드리지 못한 효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추운 겨울대구 고향 친구들과 술 한 잔을 하고 어머니집에서 잔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어머니가 샤워하는 소리에 깬 저는 샤워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작은 거실로 나갔고 씻고 나오시는 어머니에게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습니다.

“엄마 나도 샤워할게”라는 소리에 놀라신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목욕탕 가서 씻으라”며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저는 아니라며 “집에서 씻겟다”고 했는데도 놀라시며 “아니야, 우리 아들은 여기 앞에 대중목욕탕 가서 씻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이상하다고는 느꼈지만 오히려 짜증을 내며 어머니 옆을 지나치는 순간 어머니 머리에서 떨어진 물 한 방울이 내손에 닿았습니다. 차가웠습니다. 욕실에 들어가 물을 틀어보니 얼음장 같은 물만 나올 뿐 미지근한 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모락모락 피어오른 김은 너무 추워 몸이 내는 온기였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보일러가 고장나 전기장판 하나로겨울을 나고 계신 어머니의 모습에 또한 그것을 아들에게 알리지 않으려 몸은 떨면서도 그렇지 않게 보이려 애쓰시는 어머니에게 화가 났습니다.

“제가 생활비를 안 드렸냐”며 “보일러가 고장이 났으면 고치던가, 새로 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속상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습니다.

동네에는 우리 아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개그맨이라며 자랑하시는데 정작 내 앞에서는 친자식을 버리고 키우지 않은 어미라며 자격이 없어 아들이 주는 돈을 못 쓰겠다며 가지고 계셨던 어머니. 그렇게 차가운 어머니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 인사드리고 용돈을 주는 것이 아들 노릇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 입장에서 판단하시고 말을 안 할 수 있어서 말 못하는 갓난아기보다 더 관심과 사랑을 드려야 되는 게 자식이 부모에게 드리는 효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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