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출)푸른숲아이들 이기태 대표]
잔소리 하지 않고 믿음으로 아이들 지켜봐야
책 접할 수 있도록 습관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세상에 있는 모든 학부모는 자녀가 성공하길 바란다. 또한 자녀가 매일 행복하고 보람찬 삶을 살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학부모들은 ‘피아노 학원’이나 ‘입시·미술학원’ 등에 자녀를 보내는 등 교육에 힘쓴다. 그러다 보니 교육시설이 많은 대도시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정반대도 있다. (출)푸른숲아이들 이기태(50) 대표와 부인 박진영(44) 씨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은 두 딸을 경기도 가평에 있는 미원초등학교 장락분교에 보내고 있다. 분교의 전교생은 총 9명이다.

왜 현시대와 맞지 않을 듯 한 생각을 이들은 하는 걸까.

이 대표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녀가 자연 속에서 뒹굴고 장난을 치며 자유롭게 생활하기를 희망했다.

사실 이들의 남다른 교육 방식에 인터뷰 도중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도심의 아이들과 학업적인 부분에서 뒤처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는 “분교로 아이들을 보낸 것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어쩌면 도심에 살기 때문에 한 번도 체험해볼 수 없는 자연을, 이들은 자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느끼며 그 속에서 스스로 배우기를 희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뷰 도중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이 대표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한 번은 큰딸이 병원에 가야 할 날이 있어 학교에 딸아이를 데리러 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운동장 쪽을 바라보는데, 저 멀리 풀숲에서 학생들이 둘러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야! 이거 봐봐.” “얜 이름이 뭐지” 학교 운동장 안 풀숲에서 아이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는 걸까.’ 궁금증에 휩싸인 이 대표는 조심스레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내밀고 유심히 아이들의 손을 바라보니 손으로 뭔가를 만지고 있었다. 바로 ‘풀벌레’였다.

“우리 아이들이 풀벌레를 잡아서 함께 만지고 있었어요. 도시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죠. 사실 아이들은 벌레 같은 것을 굉장히 무서워해요. 하지만 또래 아이들과 함께 풀벌레를 잡으며 노니 무섭지않다는 것을 느낀 거예요.”

그동안 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풀벌레. 어쩌면 평생 책에서만 알 수 있는 것 일지도 모르는데, 아이들은 눈으로 풀벌레를 만지며 탐구심을 기르고 있던 것이다. 그야말로 일상 속의 배움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 부부의 남다른 교육 방식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독서’다. 독서 방식도 여느 가정과는 달랐다.

일반 가정에서 부모들이 아이가 책을 잘 읽고 있는지 종종 확인한다.

‘흥부와 놀부’를 예로 들어 보자. A씨는 자녀에게 “형이 누구지” “씨를 물어다 준 게 제비야 까치야” “흥부 같은 사람이 돼야 할까, 놀부 같은 사람이 돼야 할까” 등의 질문을 한다.

하지만 박 씨는 이 같은 질문은 자녀의 독서를 ‘실패’하도록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인공이 5명인 명작동화를 읽을 때는 이 질문이 가능하지만 역사서 등 인물이 많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이는 동일한 질문을 소화하지 못합니다. 책 읽기가 어려워지고 결국 독서를 포기하게 됩니다.
저는 이 같은 가정을 자주 봤습니다.”

그는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엄마의 무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역설법을 이용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어깨너머로 항상 아이들에게 눈을 떼면 안 된다”며 “아이에게 잔소리하지
않고, 어떤 책을 보든 믿음으로 아이들을 지켜봐야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박 씨는 아이들의 진로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은 ‘독서’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학부모가 진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건 진로”라며 “안타깝게도 10명 중 8명의 아이가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그것은 진로가 아닌 진학 위주의 공부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아시기 초등학교 때 다양한 체험을 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독서는 아이의 시야를 넓혀주고 지식을 쌓게 해줘 원하는 진로를 찾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학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했다. 아이가 책을 읽기까지 정보 도서관 등을 이용해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습관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지식적으로만 아는 게 아닌
책 속에서 감동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설명할 수 있으면 아이가 책을 잘 읽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마음속에 울림이 있는 책은 입으로 말하지 못하고 가슴으로 울리는 책입니다. 그런 책이 인생에서 한 권만 있다면 우리 아이는 진학이 아닌 진로를 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슴을 울리는 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이 대표 부부는 ‘대안학교(代案學校)’를 설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 교과서 대신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는 ‘동화책’으로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안학교를 나온 아이들은 대학의 문을 넘지 못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자라되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특히 교과서를 국어·영어·수학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역사 속 인물이 들어있는 위인동화, 문화가 숨 쉬고 있는 역사책으로 하려고 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21세기가 원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