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기획조정실 최경주 실장 인터뷰

 
기업형 슈퍼마켓(SSM: Super Supermarket)과 골목 슈퍼마켓 간의 입장 차이가 현저한 가운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SSM은 대형마트보다 작고 일반 동네 슈퍼마켓보다는 큰 형태로 지난 1996년 LG유통이 LG슈퍼마켓을 출점하면서 국내 처음 등장하기 시작해 현재 전국적으로 480여 개의 SSM이 출점해 있다.

SSM의 입점은 기존 동네 슈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SSM 3사(GS슈퍼, 롯데슈퍼, 홈플러스EX) 주변 300여 개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유통업의 79.0%가 SSM 입점 후 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상공인의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된 마당에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SSM 진출을 선언해 올해만 200여 개 이상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자 생존을 위한 골목상권 지키기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상인의 권익보호에 앞장서 온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소속 회원들은 최근 ‘신규 SSM 개장 현장에서의 투쟁’ ‘기업과의 대화’ ‘정부에 대안 제시’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 최경주 실장. ⓒ뉴스천지
‘뉴스천지’가 20일 만난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최경주 기획조정실 실장도 SSM 관련 문제로 신경이 곤두섰는지 입술이 온통 부르터 있었다.

최 실장은 “SSM은 초등학생과 대학생과의 싸움이다.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가지고 진출하지만 골목 슈퍼마켓은 그렇지 못하다”며 “ SSM이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주변의 골목 슈퍼마켓은 초토화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기업이 슈퍼마켓 사업까지 할 필요가 있나. 꼭 그렇게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중소유통 영역까지 침범해서 중소유통업자들을 내몰리게 해야 하나. 서민들의 사업인 슈퍼를 빼앗아가면서 서민을 울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유통은 어찌 보면 제로섬 게임이다. 그래서 인건비나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부부가 경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본력도 취약한 힘 없는 서민의 일터를 빼앗기보다 더욱 선진화 된 사업을 벌여서 자본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게 맞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최 실장은 대형유통점 입점을 제한해 영세상인의 상권을 보호하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까르푸가 있는 프랑스지만 인구 215만 명이 사는 파리시엔 대형마트가 없다. 또 독일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8시로 제한하며 특별구역에서만 들어설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고, 일본도 매장면적 1000㎡ 이상 점포 개설시 신고하도록 규정해 놓는 등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입점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유통업계는 정부가 대형유통업계의 SSM 진출을 규제한다면 법적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최 실장은 “대형유통업자는 시장원리를 내세우며 상생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네슈퍼나 전통시장 상인들과는 원천적으로 공정경쟁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조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현재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13건의 법안이 여야의원 구분 없이 발의 중에 있으며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결국은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대규모 점포 출점을 제한하기 위해 SSM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어야 한다. 또 영업품목에 대한 지자체장 제한 명령, 의무휴일 및 영업시간 제한, 대규모점포 개설시 대규모점포사업활동조정심의위원회 심의 의무화 등 계류 중인 법안 통과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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