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사회공헌 프로그램 ‘시간여행자’ 1기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촬영한 작품. 위에서 아래로 ‘투명인간’ ‘쓸쓸함’ ‘비둘기도 천사가 될 수 있다’ (사진제공: 두산)

청소년 자아찾기 프로그램… 그들이 담은 時·空·人

“화장실 옆 휑한 벽에 기대어 친구를 기다린 지 벌써 40분…
사람들이 쳐다도 안보고 지나가는 나는 투명인간.
네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나는 투명인간” - 제목 ‘투명인간’
 
“한 사람이 사나 보다. 빨랫줄이 허전하다. 빨랫줄만이 아닐 거다.
밥상에서도 잠자리에서도 그는 혼자일 거다.
여자의 옷도 아이의 옷도 빨랫줄에 걸렸으면 좋겠다” - 제목 ‘쓸쓸함’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청소년들의 눈에 비친 세상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통해 해석한 세상의 모습이 사진과 글로 승화됐다.

두산이 주최한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시간여행자-사진작가 되다’ 전시회가 21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중고생들이 내면의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한 120점의 작품을 짤막한 에세이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시간여행자’는 두산이 청소년 정서함양에 목표를 두고 지난해 7월에 마련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이번이 1기로 프로그램 참가자는 서울 지역 학교에 재학 중인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중 58명이다. 서울 소재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중 가정환경, 주변환경으로 인해 자아발견과 정서함양에 상대적으로 제약을 겪는 청소년들이 주로 참가했다.

이들에게 사진을 매개로 자신을 성찰하도록 하고, 주변과의 관계를 탐색하며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긍정적 세계관을 확립하도록 유도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1기 참가생 58명은 6개월 동안 20회에 걸쳐 사진작가 김중만, 배병우 씨 등 전문 사진작가들의 지도 아래 사진을 직접 찍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자신만의 관점을 모색했다.

또한 역사, 아름다움, 공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주제와 부합되는 장소를 찾아 서울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학생들의 작품은 기대치 이상이었다. 지도교사들의 하나같은 말이다.
크게 ‘시간’ ‘공간’ ‘사람’을 담은 학생들의 작품들 가운데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서 있는 자신의 발을 클로즈업으로 찍은 뒤 스스로를 ‘투명인간’이라고 표현한 작품 ▲남자 옷만 걸려 있는 빨랫줄을 렌즈에 담고 ‘쓸쓸한 남자에게도 가족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글을 붙인 작품 ▲맨홀 뚜껑을 찍은 뒤 ‘누군가는 맨홀 뚜껑을 밟기도 하고 누군가는 못 본채 지나간다. 그리고 누군가는 침을 뱉는 곳이다. 난 이게 외로워 보인다. 그리고 아름답다’고 쓴 작품 ▲파란 하늘 아래 코스모스를 찍은 뒤 ‘분홍 꽃잎 너머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내 날개를 펼치고 싶다. 나는 꿈꾸는 애벌레다’라고 쓴 작품 등 철학적인 표현을 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두산 관계자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가면서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고 깨달음을 얻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며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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