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사를 읽는 현병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을 향해 공동행동 회원들이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천지

이제 막 닻을 올린 인권위원회 5호(号)가 거센 풍랑을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제5대 국가인권위원장 현병철 교수의 취임식이 20일 오후 인권위원회에서 진행된 가운데 인권단체 측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거센 항의가 취임식장에 메아리쳤다.

인권단체 연합인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7일에 이어 현 위원장의 취임식을 저지하기 위해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 비전문가인 현 위원장은 자진 사퇴하라”고 외쳤다.

공동행동은 “인권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되는데, 이에 대한 인권활동가들의 항의를 봉쇄해버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객관적인 자질 검증 심사없이 현 위원장을 취임시키는 것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기자회견 이후 인권위 측과 협의한 회원들은 취임식장에 들어가 공개 질의서를 현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공개 질의서에는 ▲ 인권교육연구학교로 지정된 초등학교에서 현 위원장에게 특강을 요청한다고 가정할 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는지 ▲ 한국 민법에서 개선돼야 할 반인권 조항은 무엇인지 ▲ 용산참사 관련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검찰에 대해 인권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등과 같이 실질적인 현안을 묻는 질문 13가지가 담겨 있다.

한편 취임식장까지 이어진 피켓 시위와 거센 항의에도 현 위원장은 침착하게 취임사를 전했다.

현 위원장은 “인권위는 인권 공동체의 공공자산이며 인권을 위해 투쟁해 온 열정의 결과물이다. 소중하게 지키고 키워야 할 의무가 있다”며 “긴장과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취임사를 밝혔다.

현 위원장은 “위원회를 비판하는 의견이 있는 줄 안다. 장시간의 경험과 균형감각으로 합리적인 해결점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권위 앞에서는 공동행동 측의 인권위 진입을 막는 경찰과 이에 저항하는 회원들의 소규모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질서유지에 나선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인권위 측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험의 사전예방과 질서유지라는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출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인권위 측에서 요청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일 뿐”이라며 인권위와 경찰이 협력해 인권단체를 억압한다는 의혹을 불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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