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보급, 인터넷의 발달,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발달은 우리 시대를 좀 더 편하게, 좀 더 쉽게, 좀 더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로 만들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스마트폰만 꺼내면 간단한 몇 번의 동작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스마트한 기기의 발달로 위기를 맞고 있는 시장이 있으니 바로 활자매체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종이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몇 년 전부터 언론시장에서 대두되고 있다.

 

바로 이 ‘종이신문’의 위기는 비단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9월에 우크라이나 키에프에서 개최된 제64회 세계신문협회 총회 및 제19회 세계편집인포럼에서 ‘신문의 미래 모색’을 주제로 전 세계 95개국 1000여 명의 언론인들이 머리를 맞댄 이유도 ‘신문의 위기’를 잘 극복해보자는 데 있다. 여러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포럼의 주제 중 하나가 새로운 디지털 세계, 즉 모바일과 SNS 등을 활용한 기사 작성법, 플랫폼 전략, SNS 활용 방법 등이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건데 전 세계 언론 시장이 종이신문에서 온라인신문으로 그 시장을 넓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이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종이신문의 폐간, 우후죽순 생겨나는 온라인신문의 범람이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음은 주지할 만한 사실이다.

2009년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온라인 매체로의 전환을 필두로 여러 언론사들이 종이신문 대신 온라인신문을 택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종이신문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인쇄 잡지 발행을 2013년부터 공식 중단하고 향후 뉴스를 온라인으로만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제호도 ‘뉴스위크글로벌’로 바꾸고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 발행하던 시스템도 없앨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티나 브라운 뉴스위크 수석편집장은 “뉴스위크의 브랜드와 언론 역할은 여전히 강력하다. 이번 결정은 종이매체의 위기에서 왔다”고 잡지 발행 중단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유력 매체들을 시작으로 활자매체를 이용한 다수의 여러 매체들이 종이를 버리고 온라인을 선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 적잖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인쇄물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먼저 인쇄물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자.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 혹은 보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시절, 인쇄물은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단순한 정보 전달만이 아니었다. 정보의 전달과 함께 교육과 계몽의 기능까지 담아야 했던 것이 바로 인쇄물 그중에서도 신문의 역할이었다.

요즘처럼 학교폭력, 성범죄, 묻지마 범죄, 존속살인 등 세상이 뒤숭숭하고 민심이 흉흉한 시대를 일컬어 인문학 부재의 시대라고도 말한다. 인문학의 부재로 인해 감성이 메마르고 생각과 사고, 가치관의 폭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인문학 등 서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인문학의 부재는 성공만을 향해, 앞만 보며 달려온 결과이자 교육제도의 실패가 가져온 참담한 현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인터넷 정보망의 확대와 SNS를 통한 정보의 빠른 확산, 사생활의 노출, 손쉽게 할 수 있는 게임 등 손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거리(감이 되는 재료)의 발달은 청소년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활자매체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내 손 안에서 해결되는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스마트기기는 정보를 얻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읽기에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하더라도 활자매체, 즉 인쇄매체가 사장(死藏)되어 영영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한다. 설령 지금 시대가 온라인 매체를 원하고 종이보다는 소지하기 편한 기기(器機)를 더욱 원한다 할지라도 인쇄매체, 종이신문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자 장점을 버려서는 안 된다.

온라인 매체의 발달로 정보는 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많은 정보, 다양한 정보의 제공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나 글만을 선택해서 보려고 하는 폐단을 낳기도 하며, 헤드라인만 보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간과해버리는 습관을 낳기도 한다. 또한 급격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정보, 가십, 수시로 바뀌는 인터넷 화면 등은 지식의 깊이보다는 당장의 재미에만 주목하는 경향도 없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리모컨의 발명으로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거나 지루하다 싶으면 수시로 채널을 바꾸듯 인터넷으로 보는 정보 또한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인쇄매체는 좋든 싫든 한 정보나 기사, 글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며 두고두고 그 정보를 소장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또한 차갑고 딱딱한 질감의 기기보다 종이의 질감을 손으로 느끼며 글을 읽는 것, 단 한 줄을 읽더라도 생각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인쇄매체의 장점이라 할 것이다.

여기저기 똑같은 기사, 비슷한 글, 원색적이고 선정적인 광고와 글로 도배된 온라인 매체보다 조금은 불편하고 예스럽다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보의 전달,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하는 인쇄매체가 더욱 정감가지 않겠는가. 물론 온라인매체라고 해서 모두가 선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온라인매체나 종이매체나 모두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온라인매체가 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감성, 정보의 지속성, 기록된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는 데서 오는 끈기 등은 분명 종이매체가 주는 선물일 것이다. 그렇기에 온라인매체가 발달하는 것과 함께 인쇄매체 또한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이 시대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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