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등이 국가배상 신청 승인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국가차원에서 장기플랜‧컨트롤 타워 세워야”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할 뿐이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해 더 무섭다.” 미국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경고 메시지다. 글을 모르는 문맹에 빗대 현대인의 금융 무지 현상을 나타낸 말이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과정에서 서브프라임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인의 금융문맹’을 꼽았다.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의 탐욕과 금융감독의 실패보다 금융무지가 더 큰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은 ‘금융문맹퇴치를 위한 대통령위원회’를 설치했고 위원회는 중학생 대상의 새로운 교과목으로 ‘돈의 수학: 평생의 교훈’을 승인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신용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고 2003년 신용카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소비자의 신용관리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회사들은 초·중·고·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전 국가 차원에서 금융교육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나 중장기적인 전략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사업 내용이나 프로그램도 제각각이라 교육성과가 얼마나 나타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지난 2008년 은행들은 환율 변동 위험을 없애주는 상품이라며 키코(KIKO)라는 외환 파생상품을 중소기업에 판매해 기업들에 큰 손실을 끼쳤다. 2011년에는 저축은행들이 금융지식이 빈약한 노인 고객들을 상대로 후순위채권이라는 상품을 판매해 손해를 보기도 했다. 이는 모두 금융소비자 보호가 충분하지 않아 발생한 사례들이다. 이를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고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도입이 검토 중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법과 제도 마련은 물론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금융 상품 등에 대해 소비자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실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금융상품과 금융 서비스는 일반 상품·서비스와 달리 복잡하고 전문용어도 많아 소비자가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정보력과 전문성의 차이도 크다.

아울러 일상생활 가운데 경제생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금융교육을 강화해 금융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교육은 대부분 청소년에 집중됐고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컨트롤할 주체가 없다. 이 때문에 많은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교육 중 중복되거나 빠진 부분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또 “현재 금융교육과 관련 금감원과 다른 단체들이 모인 협의회가 있으나 방향성을 잡아주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현황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국가 전략 차원에서 금융교육에 대한 장기 플랜과 컨트롤 타워를 세워야 하고 생애주기별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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