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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슬픈 개그맨’으로 알려진 조우용. 하지만 그는 행복한 개그맨이 더 어울린다. 두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 그 행복 에너지를 웃음으로 전해주기 때문이다. 더 행복한 광대를 꿈꾸는 SBS 7기 공채 개그맨 조우용 씨를 홍대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린 시절 두 엄마를 만나다
조우용 씨는 7살 때까지 친어머니와 단 둘이서 막걸리가게에 딸린 비좁은 단칸방에서 살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왠지 아버지의 부재를 물어보면 어머니의 마음에 상처가 될까봐 물어보지 않았던 그는 조숙한 아이였다.

그는 “엄마는 젊은 나이에 혼자서 저를 키우며 막걸리집을 하셨어요. 그 당시 엄마는 여자 혼자 술집을 하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어요”라며 “저는 아빠 없는 불쌍한 아이, 남편 없는 술집 여주인의 아들 같은 수식어가 따라 다녔어요”라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이러한 유년 시절이었지만 그는 엄마와 함께였기에 행복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소풍을 가자면서 새 옷을 입혀 주셨다. 어머니와 함께 간 그곳엔 낯선 남자가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뒤도 안 돌아보고 울면서 가셨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의 집은 부유했고 친형과 할머니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낯설었던 그는 며칠간 밥도 안 먹고 서럽게 울기만 했다. 울면 어머니가 와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그에게 새어머니가 생겼다. 그는 친어머니를 부정하게 될까봐 새어머니에게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했다. 하지만 새어머니는 친딸보다 그에게 옷 한 벌을 더 사주는 분이었다. 친딸보다 더 큰 사랑과 인내를 주셨기에 느지막하게 마음 문이 열린 그는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었다.

19살 때 그는 키워주신 어머니로부터 친어머니의 입원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들은 그는 친어머니가 입원해 계신 병실을 찾아갔다. 12년 만에 만난 어머니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그 모습에 ‘나를 왜 버렸나’는 말은 더 이상 무의미했다.

◆개그맨으로서의 삶을 시작
“내가 하는 말에 사람들이 웃어주니 행복했어요. 나도 웃길 수 있구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고 앞으로도 웃음을 줄거예요.”

어린 시절 그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던 아이였다. 대신 그는 늘 손에서 책을 떼지 않았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동물에 관한 설명은 거의 다 외울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장래에 작가나 사육사를 꿈꿨다고 한다. 그런 그가 20살 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그맨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서울로 상경했다. 새어머니가 걱정할까봐 시험 준비하는 친구들끼리 합숙 생활을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개그맨이 되는 일은 마음만큼 쉽지 않았다. 그는 당장 잠을 잘 곳도 없었지만 SBS 공채 개그맨 본선은 6개월 후로 다가와 있었다.

그는 “마로니에공원에서 일주일 정도 지냈어요. 대학로 노숙자는 다르더라구요. 말도 걸어주시고 술도 사주셨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 번은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간 친구 집에 살다가 주인에게 도둑으로 몰리기도 했다. 6개월 후 공채 시험장, 본선에 떨어질 줄 알았던 그는 은상을 받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두 어머니께 가장 먼저 연락을 했어요.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공채 타이틀이 생겼다는 것을 빼고는 그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공연장에서 티켓을 팔면서 반지하에 살고 방송에 출연해도 편집되는 일이 잦았다.

이후 그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혼자가 아니야’ ‘동수야’ ‘개국 공화국’ 등에 출연도 하고 케이블TV에서 리포터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시청률 저조 등의 이유로 프로그램이 폐지되자 설 자리를 잃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가족이 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에 직접 프로필을 돌리며 자신을 어필했고 지금은 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 “개그맨은 웃음을 줄 수 있기에 행복한 직업”
“개그맨은 잘 웃지 않아요. 근데 남을 웃겼을 때 웃어요. 웃음을 선사함으로써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에게 개그맨이라는 직업은 꼭 유명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다. 그는 자신 말고도 웃음을 주면서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해하며 사는 개그맨이 많다고 전했다.

“개그맨은 웃음을 준다는 점 때문에 정말 행복한 직업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주위가 환해지는 기분이다.

이어 조우용 씨는 자신의 이야기는 주위의 개그맨에 비하면 평범해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저는 보고 싶어 전화할 수 있는 엄마가 2명이나 있지만 1명의 엄마도 없는 분도 있고, 저보다 우여곡절을 더 많이 겪은 분들도 많아요”라고 전했다.

또한 조 씨는 예전보다 개그맨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줄었다며 개그맨이 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공연장이라도 활성화되면 신입 개그맨들이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려고 해요. 공연장 개그도 짜고 개그맨으로서 좀 더 얼굴을 알리고 기본적인 바탕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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