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代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를 구성하고 새 정부 출범 준비에 한창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남북관계의 기조는 어떠할까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그동안 햇볕 또는 협력 그리고 안보 등 나름의 정권마다의 대북 노선이 있었지만 남북의 관계는 진전이 없이 답보상태를 유지해 왔다.

인류사에 하나 남은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분단국인 대한민국. ‘대한(大韓)’이란 단어의 뜻은 ‘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동방의 아주 작은 나라에서 다시 허리가 잘려 있는 비운의 나라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총부리를 마주한 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으며 전시상태를 방불케 한다. 물론 ‘대한’의 진정한 뜻은 ‘대한’이라는 큰 나라가 예비돼 있음을 알리는 예언적 의미를 담고 있는 희망 섞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옛날 막연하게나마 갈라져 있는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숙연하면서도 한편으론 즐겁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동요를 부르곤 하던 그 때가 이젠 그리움으로만 남아 있다.

1948년 남과 북이 각각 정부를 수립하고, 1950년 시작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은 3년이란 참혹한 기간을 끝내면서, 1953년 7월 27일을 기해 정전협정을 맺은 지도 벌써 60주년을 맞고 있다. 6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우리에게 늘 그리움으로 바라보던 통일의 소망은 왠지 아련한 추억이 됐고 사치가 돼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들어 ‘평화’란 두 글자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되면서부터 평화의 선결과제가 바로 지구상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한반도 통일’이라는 사실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2013년 대한민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나아가 주변 강대국들의 지도자가 교체되면서, 한반도는 자연스럽게 세계 질서의 중심으로 급부상 하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고무적인 분위기는 남북관계의 능동적 변화와 통일로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으며, 주변국은 물론 세계열강은 예측 불가능한 한반도 변화에서 예측 가능한 변화를 선점하려 애쓰는 분위기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가져왔던 통일에 대한 의식을 한번 점검하고 반성해 볼 필요는 없을까. 선택의 문제도 아닌 절대적이고 지극히 당연 시 해야 할 통일 문제를 왜 우리는 생각과 의식 속에서 그 필요성을 못 느끼고 살아 왔을까. 하나의 영토 한 핏줄로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통일이 왜 우리의 가치관 속엔 불필요한 남의 얘기로만 치부돼 왔을까.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와 함께 부끄러운 현실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왔고 이어가려 하지는 않은가 자문자답하게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나 학생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다면 과연 그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교수들에 의하면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왜 통일을 해야 하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마치 통일은 손해 보는 것이고 희생해야 하는 것이고 낭비하는 것이고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돼 버렸다는 하소연이다. 과연 누가 이렇게 만들었으며, 정작 통일의 방해꾼이 누구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남북관계를 놓고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안보’와 ‘협력’이다. 지극히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입장에서 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남북의 협력 또한 중요하지 않다 말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의 지상과제인 통일이다. 이 통일을 이루는 데 있어서 안보와 협력은 어떻게 작용하느냐의 문제다. 인류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북한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다면, 안보 지향주의는 자칫 통일을 요원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 안보 없는 협력 지향주의는 예기치 못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명심할 것은 통일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데 있어 안보도 협력도 필요한 것이지, 목적 없는 안보나 목적 없는 협력은 무모하다는 사실이며, 지나온 정권마다 치적 욕심 등 정권유지 차원의 이유와 변명에 급급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즉, 안보와 통일의 관계, 협력과 통일의 관계에 대한 함수관계를 고민하고 분석해 봄으로써 통일로 가는 길을 얼마만큼 찾으려 애써 왔는지를 반성해 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출범할 새 정부의 통일 기조에 관심이 증폭되는 것은 당연하다. 안보와 협력을 균형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점은 일단 지켜 볼 일이다. 하지만 통일은 지도자나 특정 정치세력이나 시대의 기득권 세력의 몫이 아니라 국민, 나아가 인류가 찾고 회복해야 할 절대적인 권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당부하는 바이다.

그렇기에 지구상 하나 남은 이 한반도 통일의 필요성과 그 당위성을 국민은 물론 그 가운데서도 젊은이들이 인식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교육과 문화를 만들어 갈 때 진정한 통일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곁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

한반도 평화 통일은 인류평화를 이루는 데 있어 선결과제라는 사실을 모두가 다시 한번 공감해야 할 것이며, 통일은 위로부터의 통일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은 오늘도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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