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한 상대방 사무실에 불을 지를 의도로 휘발유를 사무실 이곳저곳에 뿌린 뒤 불을 놓지 않았다면 방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신용석 부장판사)는 현존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강모(58) 씨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화물트럭 운전자 강 씨는 운송료를 받지 못해 시비가 일어났고 A씨로부터 “평생 운전이나 해먹어라”라는 욕설을 들었다. 이에 격분한 강 씨는 미리 주유소에서 구입한 10리터 가량의 휘발유 1통을 들고 위 A씨의 사무실로 쳐들어가 “네가 나한테 욕했느냐? 너부터 죽어봐라”라며 휘발유 4분의 3가량을 뿌리고 불을 켜기 위해 일회용 라이터를 들었다. 그러나 옆에 있던 A씨 동료 B씨가 라이터를 뺏어 방화에 착수하지는 못했다.

재판부는 “방화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방화의 목적물에 불을 놓은 실행행위를 개시한 사실이 존재해야 한다”며 “특히 라이터 등과 같은 매개물을 통한 점화에 의하여 건조물을 소훼하려는 형태의 방화죄는 매개물인 위 휘발유에 불을 켜서 붙였거나 또는 범인의 행위로 인해 불이 붙게 됨으로써 연소작용이 계속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벌금 전과 말고는 다른 경력이 없는 점, 우발적으로 사건을 저지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우리 형법은 범죄 실현을 위한 준비행위를 ‘예비’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예비를 처벌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내란, 간첩, 폭발물 사용, 방화, 살인, 강도 등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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