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정권인수위가 지난 1월 6일에 출범을 했다. 거창하게 정권인수위라는 말을 쓰고는 있지만 정권인수인계의 차원이 아니라 정부의 부드러운 인수인계 절차라고 본다. 여당끼리의 정권교체에 복잡하게 따지고 파고 할 것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가 주는 대로 받고 대충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시시비비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의 정권인수위의 역할을 보면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를 하기도 했으나 이번 인수위에서는 이런 행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스럽다.

박근혜 당선자가 정권인수위원들에게 각별히 보안을 유지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인수위원들의 말 한마디가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수위원들이 정권의 핵심 실세처럼 행동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가 있고 말 한마디로 구설에 오르는 것을 자초하지 않겠다는 인수위원들의 생각도 있기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들은 일제히 인수위의 활동에 대해서 비판과 비난을 연일 쏟아붓고 있다. 언론의 속성상 무엇인가 뉴스를 생산해야 하는데 인수위원들이 뉴스거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삼청동의 금융연수원 건물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으면서 인수위원들이 출근을 할 때마다 따라 붙어서 인터뷰를 하자고 마이크를 내미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위원들은 대답은 하지 않고 기자들을 따돌리는 일이 계속되고 기자들은 들어갈 때까지 몰려다니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매일 계속되고 언론은 인수위원들의 불통을 호소하고 있는지 얼핏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언론의 끈질긴 취재요청과 인수위원이 할 말이 없는 사실을 안다면 이런 해프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은 인수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알고 싶어 하고 인수위원들은 사소한 거리도 언론에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언론에 노출되거나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는 자체적인 판단으로 본다. 언론은 사소한 것이라도 뉴스를 만들고 싶어 하고 또 과장된 보도도 불사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기자들을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인수위원회는 윤창중 대변인으로 창구를 단일화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모든 브리핑이나 뉴스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윤창중 대변인이 답변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대변인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과 ‘알 수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게 됨으로써 불통이라는 말을 자초하고 있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기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이 과연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인지에 대한 느낌은 솔직히 다르다. 지금 국민들이 인수위의 정권 인수인계 과정을 미주알고주알 알고 싶어 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국민들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수위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조용히 일을 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좌파언론의 기자들은 인수위의 불통사태에 대해서도 꼬투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좌파 언론매체에서의 인수위 비난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미디어 오늘’ 같은 좌파매체는 KBS와 MBC에 대해서 왜 인수위를 비판하지 않느냐는 공격을 하고 있다. 인수위를 비판하면 동지고 비판하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는 좌파매체의 이상한 논리를 아무런 비판 없이 들어야 하는 것이 현 언론의 실정인 것이다.

인수위의 행태가 기자들에게는 맘에 들지 않을지는 몰라도 과거에 드러내놓고 자신들을 홍보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인수위원을 보다가 조용한 인수위원을 보니까 새로운 정부에 대해서 오히려 신뢰를 느끼는 국민들이 더 많다. 기자들이 기사거리를 안 준다고 대놓고 비난하는 이런 행태가 언론의 야비하고 못된 행태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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