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 마을

강희근(1943~ )


날은 어둑발
비 내리고
좁은 내안으로 바다가 들어와 저물고 있다

앞길에는 가로등 몇 개 달려 있지만
고개로 넘어서기까지
도심에서 따라오던 불빛은 힘에 부쳐
오던 길 되돌아갔다

격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마을 등에 업은 채
길머리 지키고 서 있는 통영해물천국
식당 이름이 천국이다

키 작은 민박집들이 천국을 바라,
천국이 저리 쉬울까 구시렁대고 있다

[시평]
‘달아 마을’이 어딘지는 모른다. 아마도 도심에서는 많이 벗어난 오밀조밀 키 작은 민박집들이 자리하고 있는 어디 바닷가 마을이리라. ‘도심에서 따라오던 불빛마저도 힘에 부쳐 오던 길 되돌아가는’, 한두 개 가로등 불빛만이 비추는 어둑발, 그 속 그저 저물고 있는 마을.
그러나 이 마을 참으로 평화로우리라. 하루의 일을 끝낸 사람들이 고즈넉이 저마다 불을 끄고 고단한 하루의 잠을 청하고 있는 마을. 길머리를 지키고 있는 ‘통영해물천국’, 음식점 간판만이 심드렁히 불 밝히고 있는 마을. ‘천국이 저리 쉬울까 구시렁대’도, 키 작은 민박집들에게는 아마도 이곳이 천국이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