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2일 덕성여중을 찾은 이 대통령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제공: 정책포탈)


지난 15일 최초로 불법 교습 학원 신고 포상금이 지급된 이후 설마설마 했던 학원가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다음날인 16일에는 국내 최대 입시 사교육 업체인 메가스터디가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지를 현직 교사로부터 사전 입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설상가상으로 사교육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부의 강경책이 변죽만 올리다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보다는 사교육 시장만 들볶아 ‘편법 천국’을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사교육을 정면 겨냥한 정부의 초강수를 비웃기라도 하듯 학원들은 시간표를 앞당겨 심야 단속을 피해나가고 있고 일각에서는 음성 고액 과외가 활개 치고 있다는 풍문마저 돌고 있다. 밤 10시 이후 수업이 없어진 학원 강사들이 오피스텔과 원룸 등지에서 몰래 그룹 과외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많게는 천만 원 이상을 부르면서 학원 선생과 일대일 숙박 과외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사교육 단체의 저항이 거세지자 17일 정책정보를 통해 “사교육 양극화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자녀의 학력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학력 차이는 소득 격차와 연결되면서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히며 이번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시 지난 2월 덕성여중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교육 중심의 교육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사교육 축소를 외친 바 있다.

또한 지난 6월, 16개 시도교육감과 만난 자리에서는 “사교육비를 줄이든 없애든 사교육을 못 받아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사교육비 경감의 중요성을 강하게 못 박음으로써 ‘사교육비 경감이 최선책’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결국 정부는 ‘사교육 양극화 → 학력차이 → 소득차이 → 사회 양극화’를 발생시키므로 원천적으로 사교육을 없애거나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리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명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A 학원 김모 원장은 “정부에서 막아도 사람은 누구나 다 남보다 잘하고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과외든 뭐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시킬 것”이라며 “어떤 인터넷 게시판에 있는 ‘재정 지원 한 푼 없는 사교육 현장보다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청와대의 청파라치나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단속하는 공파라치를 먼저 키워야 한다’는 글이 딱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영학원 고영자 원장은 “국가에서 사교육 문제를 다루기 이전에 먼저 공교육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예비중학생이 보는 배치고사에 초등학교 과정이 아니라 중학교 1학년 1~2학기 시험을 내고 있다. 학교는 겨울방학 중인데 누가 가르치겠는가. 어쩔 수 없이 학원에서 1년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고 원장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중학교 시험을 내니 빵점을 맞고 우열반 중 열반에 들어간다. 사교육이 문제 있다고 지적하기 이전에 공교육을 직시하라”며 “더 큰 문제는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수업의 맥을 제대로 잡지 못하기 때문에 훌륭한 교과서를 두고도 그저 ‘읽어봐라. 알아서 토론해라’ 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 원장은 이러한 공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과도한 사교육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관계전문가들과 소통의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책적으로는 교사들에게 올바른 교육 방향을 설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수업현장에서는 ‘초등학교 때 독서’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고 원장은 “교과서를 분석해보면 초등학교 때 나왔던 최영 장군에 대한 내용이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등장한다. 최영 장군을 이해하려면 관련 위인전을 읽어야 하고 읽은 후에는 총체적인 이해가 뇌리에 남아 고등학교 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며 “결국 어린 시절 독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담임이 교과서와 관련된 책들을 학생들에게 읽히게 하면 사교육은 스스로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 나아가 교육부 장관이 교사들을 연수시켜 위와 같은 정책을 적극적으로 교육현장에 반영해야 한다”며 “논술은 두말 할 것도 없고 영어·수학 역시 사고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초 독서 실력이 있으면 쉬워진다”고 자신했다.

고 원장은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도 대통령과 동등한 인격체다. ‘10시 넘기면 잡아와라’ 식의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모독하는 정책을 펴지 말고 문제를 어떻게 파헤칠 것인지, 어떻게 국민들을 다치지 않게 할 것인지, 우리나라를 짊어질 기둥들을 위해서 어떤 방법을 해줄지를 의논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교육 문제점이 무엇인지, 사교육 문제점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봐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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