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심 한국야쿠르트 용산구 한남지점 사원

매서운 겨울 추위가 나의 온몸과 마음을 얼어붙게 한다. 정말 이렇게 추운 날은 집에서 나오기 싫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쯤 올까’하며 오늘도 나를 기다리고 계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오늘도 나는 담당하고 있는 독거노인들을 만나러 찾아간다. 그분들은 대체로 건강이 좋지 않다.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하루 종일 누워만 계신 분도 있다. 주름진 얼굴에 그리움과 외로움이 하나 가득이다. 나는 가끔 그분들께 “뭐가 제일 드시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지만 먹고 싶은 게 없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그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음… 사람. 사람이 제일 그립다”고.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한 집에 3대 이상 사는 게 기본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핵가족시대가 되다보니 세상은 갈수록 변화한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더 힘들다고 하신다.

나는 작은 섬에서 태어나 8남매 가정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그립다’는 느낌이 뭔지 잘 몰랐다. 전라남도 진도군의 작은 섬 조도에서 살다가 가족 모두가 낯선 서울 땅으로 이사해 새로 터전을 마련할 때도, 우리 가족은 많은 식구들이 있었기에 서로 의지하며 서울에 적응할 수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살다보니 혼자 있는 외로움도 잘 알지 못했다.

친정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친정어머니는 지금도 같은 용산구에 살고 계신다. 전화로 이것저것 나에게 잔소리도 하시고 매일 교회에 새벽기도를 나가실 정도로 정정하시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젊었을 때까지만 해도 가족의 소중함과 사람 속에서 살아가는 행복감을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야쿠르트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만난 독거 노인분들을 통해 혼자 살아가는 외로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면서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깨닫게 됐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얻는 힘이 가장 크고 위대하다. 내가 지금 가져다드리는 야쿠르트 하나가 그분들에게는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올 겨울은 정말 유난히 춥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셨으면, 그리고 주름진 얼굴이 언제나 웃음으로 가득했으면 하고 바래본다.

용산구청 노인건강음료 사업

용산구청이 지난 2000년경부터 관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65세 이상 노인가구에 야쿠르트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특히 배달 사원이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고 위급상황 시 구청에 신속히 알릴 수 있도록 연락체계를 확보하고 있다. 매월 1150가구(1220명)에 건강음료가 전달되며, 지난해(2012년) 총 1억 3451만 2000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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