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순(53, 미쉘) 미쉘리네트워크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이현순(53, 미쉘) 미쉘리네트워크 대표의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에 밀양의 한 부잣집에서 셋째 딸로 태어났다. 뛰어난 미모를 지녀 동네에서 인기가 많았고, 끼도 많았다.

이 대표의 어머니는 8남매 중 부모님의 말씀을 가장 많이 순종하는 딸이었다.

한편으로는 너무 착하다 보니, 아버지 어머니의 말씀을 단 한 번도 거역하지 못했다. 부산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여자는 공부하면 안 된다’는 말에 학업을 일찍 포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평생을 후회하고 사셨다고한다.

그러다 보니 이 대표의 어머니는 자녀들이 공부를 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가까운 거리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수차례 학교 주위로 이사했다. 그야말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였다. 현재 이 대표의 7남매는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해 살아가고 있다.

당시 주위 사람들은 이 대표의 어머니에게 ‘왜 그렇게까지 공부를 시키나’라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지금은 다들 ‘맞아, 저렇게 공부를 시켜야 해’라며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고 한다.

이 대표는 남매들 중 어머니를 가장 많이 닮은 막내딸이다. 뛰어난 외모부터 성격, 말투, 옷 스타일, 건강상태까지 모든 게 비슷하다. 친척들도 ‘저렇게 똑같은 딸은 처음 봤다’라고 할 정도다.

하다못해 손해를 잘 보는 착한 성격까지 닮았다. 이에 이 대표의 어머니는 “너는 날 닮지 마라, 하고 싶은 걸 평생하고 살아라”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살면서 도움이 되도록 많은 조언도 했다.

‘사람이 셋이 모이면 꼭 스승이 있으니 남의 말을 잘 들어라’ ‘여자가 지나갈 때는 주위를 항상 잘 살펴야 한다’ 등. 이 같은 어머니의 말씀은 실제 이 대표가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가장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아이에게 먹일 음식을 사러 갈 때, 병원을 찾을 때 더욱 그랬다.

현재 이 대표의 자녀들은 주위로부터 반듯하다는 호평을 듣는다. 이 대표는 어머니가 하신 한 가지의 말씀을 잘 지켜 아이들이 잘 자랐다고 말했다.

그 비결은 바로 자녀를 믿어 주는 것. 아이들이 거짓말을 해도 끝까지 믿어주고, 따지듯 질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이 대표의 마음을 깨달은 아이들은 더욱 정직하게 자랐다.

▲ 이현순 씨 어머니가 자녀들을 위해 붓글씨로 쓴 유언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이 대표의 어머니는 침이 마르는 희귀병으로 돌아가셨다. 음식을 먹지 못해 33㎏까지 몸무게가 줄었다. 그러던 중 이 대표의 어머니는 자녀들 몰래 붓글씨를 배웠다. 유언을 남기기 위해서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참으로 소중히 살고 싶다. (생략)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때가 되면 다소곳이 피어나는 한송이 꽃처럼 살고 싶다.’

이 대표는 ‘나를 닮지 말라’라는 어머니의 말씀과 상반되는 유언이라 한동안 유언장을 펼쳐보지 않았다고 한다. 차라리 ‘상황에 따라 거짓말도 필요하다’ ‘꼼수를 잘 부려라’라는 말을 하는 편이 더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약 1년 만에 이 유언장을 펼쳤다. 비록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었지만 그에게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소중한 유언장이다. 지금도 직장의 한 벽면에 걸린 어머니의 유언장을 보며 날마다 어머니를 떠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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