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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실태 ‘충격’… 폭행·협박, 사람 취급 안해
약도 강제로 투입… 무기력하고 부작용 심각
매일 불안한 기분… 차라리 감옥가고 싶었다
충성맹세와 같은 ‘서약서’에 서명해야 퇴원해
재판서 이겨도 내 잃어버린 삶 어디서 보상받나

[천지일보=이솜 기자] 분노했고, 흐느꼈고, 떨면서 말하는 이도 있었다. 짧게는 2주, 길게는 3달 동안 입원했던 피해자들은 다시 본연의 생활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엔 뿌리 깊게 상처가 드리워 있었다. 이들을 입원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모두 그들의 ‘부모’였기 때문이다. 폐쇄 정신병원에 치료가 아닌 감금 목적으로 강제입원 된 피해자 4명의 인터뷰를 좌담 형식으로 각색해봤다.

― 언제, 얼마나 감금됐나.

김모(27, 남) 씨: 총 5번을 정신병원에 끌려갔고, 실제 감금된 횟수는 3번이다. 시기와 병원은 3번 모두 달랐다. 2003년에 처음 감금됐고 2011년이 가장 최근이다. 기간은 모두 2~3주 정도였다.

서모(37, 남) 씨: 2011년 7월에 감금돼서 지방 폐쇄 병동에 3~4일 정도 있다가 한 의대병원에서 3주간 있었다.

안모(28, 여) 씨: 2012년 4월에 한 병원에서 2주간 감금됐다가 모 대학 소속 국립병원에서 10주 넘게 있었다. 거의 3달 정도다.

홍모(31, 남) 씨: 지난해 4월부터 약 두 달 반 정도 거주 지역의 병원에 감금됐다.

― 부모님은 왜 당신을 정신병원에 감금했나.
김:
5번 모두 이유가 다르다. 첫 번째는 고3 시절 공부를 안 했다는 이유고, 법대에 진학했다가 음악을 하고 싶어서 포기하려고 했을 때, 여자친구 문제 등이다. 결국 부모님 뜻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려고 감금시킨 것이다.

서: 아버지와는 따로 살았고 사이도 안 좋았다. 원래 어머니 병수발을 들며 둘이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충격에 2년간 방황을 했다. 아버지가 형네 주유소에서 일하라고 했다. 그런데 월급을 안 줘서 노동부에 신고했다. 이후에도 아버지뿐 아니라, 누나와 형과 돈과 관련된 싸움이 잦아졌고 응급호송단까지 부르게 됐다. 결국 돈 문제가 가장 크다.

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종교 단체를 다니고 있는 것을 부모님이 아셨다. 그만 다니게 하시려고 그러신 것 같다.

홍: 예전부터 부모님과 말다툼이 잦았다. 어렸을 때는 가정폭력을 당했었는데 커서는 힘도 세지고 싸우면 방문도 세게 닫고 물건도 던지는 등 부모님이 감당하기가 힘드니까 병원에 넣은 것이다.

― 병원에 갔을 때, 자신이 혹은 의사가 거부하지 않았나.
김:
부모님 모두 사회적 위치가 있는 사람들이다. 폐쇄병동 중 보호자 말만 듣고 입원시키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에 정신병원 의사인 지인을 이용했다. 내가 거부하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었다.

서: 맞다. 병원에 가는 순간 투명인간이 된다. 내가 무슨 병이 있는지, 날 데려온 시설업체 사람들이 누구인지 물어봐도 “법적·행정적으로 문제없다”는 답변만 왔다. 거부할수록 퇴원을 늦춘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 어떤 피해를 입었나. 아직도 피해가 남아 있는가.
김:
후유증이 크다. 사람 자체가 변했다. 오히려 병이 생겼다. 아예 감옥에 가는 게 덜 혼란스러울 것 같다. 먼저는 약 먹고 정신이 이상해졌다. 무기력해지고 몸에 힘이 안 생긴다. 트라우마도 심하다.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이전 기억 때문에 섬뜩하다. 또 언제 나를 잡아갈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고 항상 불안한 상태다. 꿈도 없고, 부정적인 생각만 난다.

서: 병원에서 준 약을 먹은 후 온 몸이 가려웠고 발음도 어눌해졌다. 퇴원 후 친구들이 약기운이 남아있는 내 모습을 보고 이상해졌다고 울더라.

안: 약을 먹은 후 잠이 안 오고 입안이 항상 말랐다. 병원에 있으면 먹었는지를 간호사들이 꼭 확인을 하기 때문에 약을 안 먹을 수가 없다. 퇴원 후 약을 서서히 줄였어야 했는데, 그걸 모르고 아예 끊었더니 잠이 안 오고 심장이 심하게 뛰는 등 부작용이 심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졌지만, 부모님과는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다.

홍: 당시에는 약 때문에 좀 힘들었다. 소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햇빛을 못 쐬게 한 게 가장 괴로웠다. 나와서는 트라우마가 심해 가족상담소에서 상담치료를 하고 있다.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지만, 현재로썬 이것 말고 방법이 없다.

― 퇴원 후 대응 방법은.
김:
“내가 잘못했다. 부모님 말 다 따르겠다”고 ‘충성맹세’를 해서 퇴원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경찰 등 국가기관과 온라인 카페에도 호소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학생신분에 경제력도 없고, 자꾸만 무기력해져 무언가 한다는 게 힘들다.

서: 고소 안 하는 조건으로 퇴원했다. 그런데 고소 안 하겠나? 인권위에 두 병원 모두 진정해 권고를 받도록 했다. 인권위도 처음엔 무혐의 처분 내렸었다. 한 병원을 검찰에 고소해 현재 진행 중이고, 관련 응급호송단도 신고해 영업정지 시켰다. 복지부, 인권위, 경찰, 검찰, 법무사, 해당 병원 등 관련 기관이라면 안 가본 곳이 없다. 지상파 방송에도 2차례 나왔다.

홍: 나도 ‘충성맹세’와 같은 서약서에 서명해서 퇴원했다. 경찰서에 부모님을 신고했고, 검찰에서 조사 중이다. 인권위에도 진정했으며 민사소송도 생각 중이다.

안: 병원에 있는 인권함에 진정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퇴원 후 해당 병원을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병원을 고소하면 부모님까지 죄를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괴로우셨을 것이고, 더 이상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싫다.

 

▲ 정신병원에 감금 당했던 홍모 씨는 부모님의 말을 따르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한 후 퇴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입원한 폐쇄병동은 어땠나.
김:
대학병원은 보통 병원과 같았지만 입원했던 폐쇄병동은 사태가 심각했다. 약 먹기를 거부하는 할아버지를 독방으로 데려가 때리고, 보호사들이 학생 환자들과 담배를 태우는 등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가 차라리 행운이었던 게, 학생 때 와서 노인이 될 때까지 병원에 갇혀 있는 사람도 많았다.

서: 병원 안에서 전화를 걸기 전 ‘잘 있다고 해라’ ‘퇴원 요청하면 안 된다’ ‘가족한테만 전화해라’ 이 세 개만 말하라고 했다. 24시간 감시했으며, 인권위에 보낼 수 있는 인권함도 없었다.

안: 김 씨의 말처럼 병원 안에서 아예 삶을 보내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서 놀랬다.

홍: 산책이나 외출이 불가했다. 몸이 아파 내과나 한의원에 간다고 해도 간단한 응급약만 주고 못 가게 했다.

― 본인 같은 피해자가 왜 생긴다고 보는가.
김:
정신보건법 24조의 문제가 크지만 정신병자는 가둬야 한다는 사회의 편견도 영향이 있다.

안: 정신보건법 24조와 퇴원의 자유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서: 두 분 말처럼 정신보건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일단 그 법조차 지키질 않고 있다. 응급호송단과 병원이 보호의무자 2명이 과연 정말 나의 직계가족인지, 정신과를 다녔다는 기록이 허위인지 확인만 했다면 내가 감금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 마지막 한마디.
김: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마치 삼청교육대 같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족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나 화가 난다. 나와 같은 피해자들에게 말씀드린다. 피해를 봤다는 이유로 자신이 약해지면 ‘끌려가는 게 효과가 있네’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자기가 스스로 찾아가서 의사와 관계자들을 계속 만나면서 적극 상황을 알려야 한다.

서: 나도 피해자들한테 한마디 하겠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나도 정말 세상 사람들이 두려웠다. 법적으로 해보지만 안 되면 치고받고 싸우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삶이 아예 망가졌는데 억울하지도 않나. 날 감금시킨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난 목숨 걸었기 때문에 가해자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내가 도망다니고 음지에 있고 그러면 오히려 가해자들이 즐거워한다. 내 건이 처리되고 여유가 좀 생긴다면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도 함께하고 싶다.

안: 여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차라리 노숙자가 부러웠을 것이다. 그만큼 너무 괴로웠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후 부모님을 뵌 적이 없다. 때가 되면 부모님 만나서 다 풀고 잘 지내고 싶다.

홍: 고소를 해서 이긴다 해도 내 잃어버린 삶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피해자가 한두 사람이 아니다. 치료가 아닌 감금 목적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것들을 바꿔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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