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매서운 한파가 계속되면서 동사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이 들릴 때마다 매서운 한파보다 더 매서운 것은 주변을 살필 줄 모르는, 혹은 살피기 어려운 우리의 각박한 모습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특히 최근 잇따르고 있는 홀몸노인의 고독사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홀로 세 들어 살던 90살 정모 할머니가 불길을 피하지 못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으며, 지난 9일에는 대구에서 혼자 살고 있던 60대 노인이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팔에 상처를 입은 한 노인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결국 이 노인은 며칠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길에 쓰러진 채 방치돼 숨을 거둔 사람도 있었다. 이 역시 사람들의 무관심이 불러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요즘 같이 흉흉한 세상에 먼저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선행에도 위험이 뒤따를 수 있는 세상이 되다보니 선뜻 나서는 것이 어쩌면 바보 같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손길을 뿌리치는 것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옛날 어르신들이 하시던 말씀 중에 “누구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이웃 간 왕래도 잦고 가족처럼 지냈다는 뜻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시대에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누구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이웃을 돌아보고 관심을 갖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했던 한 60대 노인의 고독사는 우리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이 사건은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경매절차를 집행하기 위해 찾아온 대구지법 공무원에 의해 발견됐다. 독신으로서 왕래하는 가족도 친지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이처럼 홀로 사는 노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왕래하는 가족이나 친지, 지인이 없기에 숨을 거두어도 바로 발견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난 8일 부산에서 70대 홀몸노인이 사망한 지 40여일 만에 발견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입으로는 고령화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고령화사회를 대비한 그 어떤 대책도 제대로 마련된 것이 없다. 여기에 더해 홀몸노인의 급증으로 고독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홀몸노인은 119만 명으로 2000년 54만 명과 비교했을 때 무려 2.2배나 증가했다. 이 수치대로라면 2035년에는 343만 명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홀몸노인의 수가 증가하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는 미혼가구와 이혼가구의 급증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홀몸노인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시 말해 홀몸노인 및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사회로 진입할수록 더욱 챙기고 보살펴야 하는 부분이 된다는 말이다.

저출산·고령화사회는 누구 혼자만이 만든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우리가 행한 일들에 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 모두가 함께 극복해야 할 사회문제이자, 함께 협력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내 앞에 펼쳐진 상황만을 바라보고 앞으로 자신에게도 닥쳐올 미래의 모습을 외면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노인복지문제에 대한 신구세대의 첨예한 대립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신들이 땀 흘려 번 돈을 노인들에게 쓸 수 없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문제부터 시작해 “우리는 돈 내고 타는데 노약자석을 양보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까지 참으로 많은 부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불만들이 전적으로 젊은 층과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른 노인들을 향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 정권에 대한 불만 등이 노인복지문제로 불똥이 튀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 본연의 선함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또한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그 마음과 열정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누구를 탓하고, 시대를 탓하기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다 같이 협력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노력하는 것이 더욱 값진 일임을 알았으면 한다. 사람은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면 늙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자 이치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먼저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내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없는지 살펴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물질적인 것만이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이웃과 사회를 향한 관심과 따뜻한 마음,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우리 주변에서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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