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일행의 북한 방문이 북한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타임스는 인터넷을 `폭군의 적'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슈미트 회장이 빌 리처드슨 전 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무자비한 경찰국가 중 한 곳인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과 인민대학습당, 조선컴퓨터센터 등의 첨단시설을 방문했고 북한은 이런 장면을 담은 사진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폐쇄적인 국가로 유명한 북한이 이들의 방문을 허용함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보다 체제 선전에 효율적인 도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억만장자 사업가가 자국의 첨단시설을 둘러보는 장면을 가난에 찌든 북한이 미래 지향적으로 가고 있음을 주민들에게 과시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노동신문은 `구글회사 대표단'이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며 "손님들은 나라의 융성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한평생을 바치시였으며 인류자주위업 실현에 거대한 공헌을 하신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를 경모하여 삼가 인사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NYT는 슈미트 회장 등의 `돈키호테식' 방북이 시작과 유사한 방식으로 끝난 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지극히 `순진한'(naive) 방문이었다고 혹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ICS)의 북한 전문가인 대니얼 핑크스턴은 "그들이 북한에 왜 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도무지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슈미트 회장과 리처더슨 전 주지사를 `쓸모있는 바보들'(useful idiots)'이라고 조롱했다.

'쓸모있는 바보들'은 러시아 혁명가인 블리디미르 레닌이 공산주의의 비민주성을 알고도 사회주의에 동조하는 서방의 좌파 지식인들을 공산혁명 과정에서 써먹을 수 있다고 꼬집으면서 사용한 표현이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슈미트 회장 일행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김정은 체제의 홍보에 골몰하는 북한의 선전기관에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뉴욕데일리뉴스 기고문에서 "평양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잘 속아 넘어가는 미국인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썼다.

미국 국부부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경주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북이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NYT는 그러나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미국과 북한 간에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방북이 가치 있는 비공식 외교였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의 존 페퍼 연구원은 북한에 억류된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를 위한 리처더슨 주지사의 노력은 칭송받아야 한다면서 "이번 방문을 통해 바깥에 있는 가족들이 그를 걱정하고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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