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전국대학생연합 허승규 대외보은부장.

[원불교전국대학생연합 허승규 대외보은부장 인터뷰]

젊은 세대, 종교 無관심
팬 아닌 제자로 살아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다종교사회를 형성한 우리나라는 종교인의 대사회적 역할과 활동영역이 넓다. 종교계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종교의 역할과 바람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허승규(24, 남) 원불교전국대학생연합 대외보은부장을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허 부장은 한국종교계의 현주소를 ‘위기’로 진단했다. 그는 “캠퍼스 내에서 종교 동아리들이 위축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종교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물질문명의 영향도 크다. 현재 젊은이들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해 종단마다 노후화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허 부장은 우선 정치와 종교의 관계성을 이야기하며 “세속화되는 종교계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종교의 순기능과 사회적 역할이 퇴색되어 가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백여 년 전부터 종교단체의 수는 늘었지만 내형적인 면(영성)에서 성장하지 못했다고 본다. 서로 상생과 소통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웃종교를 배제하거나 이겨야 한다는 의식이 많다. 이런 문제는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종교계 내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문제”라면서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현상을 꼬집었다. 종단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이런 지적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종교 간 소통과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주기를 호소하기도 했다.

허 부장은 ‘예수님 팬은 많은데 제자는 없다’는 말을 들어 종교인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종교를 좋아하는 것과 신앙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종교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 원불교인으로서 실천과 (경전대로 가르침 받은) 수행의 삶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 귀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 (자신이 가진 종교에 대한) 팬보다는 제자가 되려고 해야 한다. 자신의 삶이 그 종교에 얼마나 젖어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종교에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비추고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부장은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교조를 가장 존경한다. 그는 “기성 종교는 대부분 경전이 언행록이다. 그 종교의 교주가 직접 집필한 종교서적은 많지 않다”면서 “원불교는 정전을 박중빈 교조가 직접 저술했다. 그중 몇몇 가르침들이 현대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어 “모든 종교의 근본은 하나다”라는 박중빈 교조의 가르침을 들어 원불교인들은 종교 다원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부장은 “구원이 원불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모든 종교는 하나이고 본질은 하나인데 문화적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표어를 설명하며 종교인은 물질 자본주의의 시대적 흐름을 읽어낸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 지도자라면 현대 사회가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읽고 국민과 종교인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정신문화가 무엇인지 일깨워야 한다”면서 “모든 종교는 하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를 참으로 깨우치고 정신개벽을 이루어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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