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 측의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 문제 입수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반성이 항상 있어 왔으나 매번 그때뿐이었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메가스터디 직원들로부터 시험 하루 전 시험지를 전달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지는 규정상 시험 바로 직전에 개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문제를 일으킨 교사들은 시험전날 봉투를 개봉해 시험지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따라 교육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교사 두 명이 한두 차례도 아닌 모두 30차례에 걸쳐 문답지를 건네는 일이 가능했느냐는 의혹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 당국이 대한민국 고등학교 전학년 학생이 보는 ‘시험지’를 ‘신문’처럼 취급 한 것 아니냐는 조롱 섞인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시험지 유출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화두가 됐던 경기도 김포외국어고교의 시험지 사전유출 사건 역시 교육당국과 학교 측의 ‘총체적 관리 소홀’에서 비롯됐다. 당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시험문제의 출제 단계 및 전달·보관·인쇄·시험장 배부 등의 관리 과정은 허술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김포외고는 당시 시험지 원본을 인쇄 전까지 교장실 케비닛 안에 대충 보관하면서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캐비닛이 제대로 잠겼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교장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메가스터디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10여일 전에는 EBS 외주제작사의 PD가 미리 입수한 시험지를 학원에 유출시킨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시험의 공신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조사결과 EBS는 2004년부터 시험 하루 전날 교육청에서 문제지를 넘겨받아 문제 해설 인터넷 강좌를 사전 제작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 문제가 사전에 직원들의 손을 탈 경우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이를 몇 년째 해왔다는 것은 ‘지독한’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지난 6일 EBS는 보도 자료를 통해 문제지 유출 재발 방지를 위해 문제지와 답안지는 시험 당일 공사 직원에 보안업체 전문요원을 동행시켜 직접 수령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교육평가원 역시 “일부 학원이 시험일 전에 문제지를 개봉하는 관리시스템을 고치기로 했다”며 “9월 모의평가부터는 시험 당일 새벽에 문제지를 배송하고 내년부터는 학원에서 모의평가를 치르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나 시험출제, 문제지 제작, 인쇄과정, 시험 채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출 방지 체계의 수립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의문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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