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루」마루대문 - 군자의 향기

‘선비의 발자취를 따라’

담양의 누정과 원림Ⅰ 자연에 순응한 지혜 ‘누정’

전라남도 담양을 무대로 한 선비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16세기 피비린내 나는 당쟁 속에서 선비들은 자신들의 가치와 이상을 어떻게 실현시켰을까. 시대는 불완전했지만 완전한 도(道)로 다스려지는 나라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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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앙정ㆍ취가정

[천지일보=박미혜 기자] 꽃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허마라(슬퍼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이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는(희롱하는) 봄을 새와 무삼 하리오
<송순의 상춘가>

담양군 남면 일대에서 벗어나 담양읍 아래 봉산면에는 송순이 지은 면앙정이 있다. 송순은 상춘가(傷春歌) 곧 ‘상처받은 봄’이라는 제목의 유명한 시를 지었는데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 일파(바람)로 인해 충신(꽃)들이 희생되니 백성(새)들아 서러워마라’는 내용을 빗댄 것이다. 을사사화에 희생된 선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살아남은 자의 좌절과 슬픔도 함께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송순이 지은 면앙정은 ‘숙이면 땅이고 우러르면 하늘이라’ 하여 하늘과 땅 사이 곧 천지지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하늘과 땅 사이에서 모든 것을 다스리고 관리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만큼 ‘천지를 증인삼아 숨길 것 없이 당당하게 도를 실천하겠다’는 주인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 잔 하고 부르는 노래 한 곡조 / 듣는 사람 아무도 없네
나는 꽃이나 달에 취하고 싶지도 않고 / 공훈을 세우고 싶지도 않다네
공훈을 세운다는 것 이것은 뜬구름 / 꽃과 달에 취한다는 것 이것 또한 뜬구름
한 잔 하고 부르는 노래 한 곡조 / 이 노래 아는 사람 아무도 없네
내 마음 다만 원하는 건 긴 칼로 밝은 임금 받드는 것 뿐

석주 권필의 꿈에 나타나 김덕령 장군이 불렀다는 ‘취시가’이다. 김덕령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장이 되어 고경명, 곽재우 등과 함께 맹활약을 했으나 전쟁이 끝난 후 모함을 받고 옥사했다. 이에 의병장 김덕령 장군의 혼을 위로하고자 그의 후손이 지은 정자가 취가정이다.
 

(사진촬영: 최성애 기자 / 슬라이드 편집: 임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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